진철평 < 한국무역대리점협회 회장 chin@nkt.co.kr > 작가 최인호씨의 소설 '상도'를 모 방송국에서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1백만부 이상 팔린 소설의 인기만큼 드라마도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상도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래서 주위 분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많은 분들의 서평을 접하면서 주인공 임상옥의 생애를 통해 상도와 기업경영에 관해 생각해 봤다. 이웃 일본만 해도 이미 19세기 말의 메이지유신을 기점으로 근대적인 기업들이 태동하기 시작,1백40여년간에 걸쳐 생성 발전 성숙 쇠퇴를 거듭해 왔다. 그 과정에서 기업가들이 성불(成佛)의 자세로 끝을 예견하고 자기 인생을 잘 마무리하고 떠난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지하철로 출·퇴근하면서 검소를 몸소 실천하며 일본의 재계 총리로 통하는 '게이단롄'의 회장을 지냈던 도코 도시오 도시바 회장,에어컨을 생산하면서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검소하게 살았다는 히타치의 구라다 회장,기업이 잘될 때 홀연히 자리를 떠나버린 혼다자동차의 창업자 혼다 회장,번 돈으로 동양의 인재를 키우겠다며 마쓰시타 정경숙을 설립한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 등. 일본 재계에는 구도자의 자세로 뜻있게 인생을 마무리한 경제인들이 수두룩하다. 1960년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실시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고속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창업한 지 30년이 넘은 기업들도 꽤나 된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기도 했다. 글로벌 환경에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엄청난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 과감한 결단과 뛰어난 통찰력으로 기업을 일구고 아울러 빛나는 모습으로 자기 생을 마무리했던 2백년 전 실존인물 거상(巨商) 임상옥으로부터 기업 생존을 위한 지혜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기 인생을 마무리하는 것도 배워야 할 미덕이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도 제2,제3의 현대판 임상옥이 많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