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지난 2·4분기의 경제성장률이 2.7%에 머물렀다는 한국은행 발표는 충격으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다.외환위기 당시의 마이너스 성장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얼마전 한은 스스로 예상했던 3.3%를 훨씬 밑도는 2%대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3·4분기에는 성장률이 더 낮아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답답함을 더해준다. 물론 이같은 성장위축의 가장 큰 요인이 세계경기,특히 IT산업의 불황에 따른 여파라는 점에서 어느정도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해볼 수 있지만 초저성장에 따른 실업확대와 소득감소 등 여러가지 파장을 고려한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성장률 둔화도 문제지만 그 내용에서 과거와는 달리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민간 소비지출이 늘어 그나마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다.반도체 쇼크의 여파라고는 하지만 수출주도형 경제의 기본바탕이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것은 성장잠재력 확충과 직결되는 설비투자가 큰 폭의 감소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가 소홀하면 주어진 기회를 활용하기도 어렵다. 설비투자를 늘릴 수 있는 대책강구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고,정책당국자들도 전혀 모르는 바 아니다.그런데도 경기회복은 커녕 오히려 악화일로를 걷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정부를 비롯한 국정운영 책임자들이 너무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부양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이 상임위 심의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처리되지 못한 한심한 작태가 그 단적인 사례다. 그것도 여당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기업규제완화도 원칙엔 합의했으나 부처간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는 것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본다. 정부는 2·4분기 성장률 2.7%도 중국을 빼고는 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정책운용은 비교적 잘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하고있는 모양이다.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같은 주장은 책임회피로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고,정부에 대한 신뢰저하로 나타날 우려가 있다.그에 대한 해답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