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일어나면서 "켜져라" 하자 벽에 걸린 TV에서 어젯밤 9시뉴스가 흘러나온다.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놓친 뉴스를 대강 보고 출근. PC로 조간신문 주요내용 훑은 뒤 오전 근무.간단한 점심식사 후 노트북에서 어제 못본 사극 시청.오후 업무 끝낸 뒤 한잔 걸치고 11시 귀가. 할리우드 인터넷비디오숍에서 '미녀삼총사' 골라 관람. 영화속 얘기가 아니다. 조만간 국내에서 보게 될 직장인 홍길동씨의 하루 일과다. TV와 컴퓨터의 통합 및 주문형비디오(VOD:video on demand)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인터넷컴퓨터가 늘어나고 VOD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지금처럼 '왕건'을 보기 위해 주말 밤 10시에 TV 앞에 앉아 있거나 기다리는 동안 쇼프로그램을 억지로 시청할 필요가 없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으로 개인편성표를 만들 수도 있고 정지시켜 놓은채 주방에 주스를 가지러 가거나 반복해서 볼 수도 있다. 토요일 오후 비디오숍까지 갔다 빌리려는 것이 없어 허탕을 치거나 제 날짜에 반납 못해 연체료를 물 일도 없다. MGM 파라마운트 소니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5개사가 합작으로 빠르면 연말부터 초고속인터넷을 통한 VOD 서비스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수만편의 영화를 보유한 인터넷비디오숍을 개설하는 셈이다. 게다가 AOL타임워너는 뉴스 등 TV프로그램의 VOD 서비스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VOD 시대의 전제조건은 초고속전송망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다. 국내의 경우 전송망은 세계 최고라고 할 정도다. 문제는 이 정보의 고속도로에 놓여질 콘텐츠가 우리 것보다 할리우드 영화와 CNN뉴스를 비롯한 외국 작품 투성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인터넷비디오숍의 경우 편당 이용료가 4달러나 되고 개봉 1개월이 지난 작품부터 올린다지만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포르노성 작품 등을 그대로 띄울 경우 사태가 어떻게 될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VOD시대와 콘텐츠 전쟁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국제경쟁력을 지닌 우수작품을 만드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