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급락의 충격은 달러화의 소폭 강세반전으로 희석됐다. 환율은 1,280원대를 회복하는 조정장세를 연출했다. 주말을 앞두고 소극적인 거래가 이어졌으나 장 막판 은행권의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적극적으로 유입되면서 전날 낙폭을 크게 만회했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1,280원에 대한 지지심리가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쉽사리 방향을 찾기 힘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가미된 듯해 아래쪽 흐름은 전 저점 수준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고 위로는 달러 약세에 대한 어정쩡한 입장으로 쉽게 오르기도 힘들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7.40원 오른 1,285.60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장중 1,282∼1,283원 근처를 누비던 환율은 장 막판 달러/엔 상승과 달러되사기로 오름세를 키우며 1,286원까지 고점을 키웠다. 전날에 비해 무려 7.80원이나 오른 수준. 개장초 달러/엔이 120엔대로 올라선 데다 국책은행과 역외세력의 매수세가 가세, 시장 분위기는 환율 상승에 기울었다. 달러화의 추가 약세를 예상한 은행권은 달러매도초과(숏)상태를 보였으나 달러/엔의 반등으로 포지션이 꼬인 격이 됐다. ◆ 당국 지지 vs 달러 추가 약세 = 당국이 1,280원을 지지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지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국책은행에서는 1,282원선에서 강력하게 달러사자(비드)를 대고 아래쪽을 단단히 지지했다"며 "어제 3억달러 이상 매수한 데 이어 오늘도 1억달러 가량 매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엔화 강세 저지를 위한 구두개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과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달러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다음주에도 달러/엔의 추가 하락에 대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당국의 의지가 이를 막는 대결 구도가 예상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전반적으로 달러/엔이 아래로 밀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서도 "당국이 '1,280원 아래를 바라지 않는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 어느 레벨에 맞춰야 할 지 전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이 얇아 분위기에 따라서 포지션 이동이 몰리게 되면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며 "다음주 거래는 1,275∼1,290원 범위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주초에 엔이 잠잠하면 1,280원대 거래가 주를 이룰 것"이라며 "아래쪽으로 세게 막아서 1,280원에 대한 지지력이 강해져 딜러들도 쉽게 이 선을 뚫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 달러 약세 진정 및 수급 = 전날 급락을 자극했던 달러 약세-엔 강세의 조합은 밤새 뉴욕장을 거치면서 반대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날 119엔대를 누비던 달러/엔 환율은 이날 120엔대를 회복했으며 일본 관료들의 엔화 강세 저지 발언이 이어졌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장을 달러화가 가치 회복에 나서면서 120.29엔에 마감했으며 이날 개장초 120엔이 다시 붕괴될 위험에도 처했으나 미조구치 젠베이 일본 재무성 국제 담당 차관의 엔 강세 저지 발언이 나와 보합권에서 주로 움직였다. 대기매물벽이 두터운 가운데 거듭 120.50엔을 돌파하기 위한 시도를 잇던 달러/엔은 장 막판 이 선을 뚫으면서 오름세를 탔다.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해 반등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날 미국의 무역수지가 발표되면 달러화는 일단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들은 오전중 1,283원선에서는 네고물량을 내놓았으나 환율 자체에 대한 방향성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결제수요도 함께 유입됐다. 오전중 다소 채워지기도 했던 시중포지션은 모자란 감을 유지하면서 장 막판 환율 상승을 유도했다. 역외세력은 개장초 달러사자에 나서기도 했으나 대체로 관망세로 일관했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 뉴욕장에서 역외선물환(NDF)환율이 120엔대로 반등한 달러/엔에 힘입어 1,280원대를 회복하며 1,281/1282원에 마감한 것을 반영, 전날보다 2.80원 오른 1,281원에 출발했다. 환율은 개장 직후 이날 저점인 1,280.80원으로 떨어진 뒤 한동안 1,281원선을 거닐었다. 이후 환율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서서히 오름세를 타 10시 20분경 1283.70원까지 상승한 뒤 주로 1,282원선에서 붙박이처럼 거래됐다. 오전장 막판 달러/엔 상승을 따라 1,283.2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80원 오른 1,284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개장 직후 1,284.10원으로 오전 고점을 경신한 뒤 되밀려 1,282.50원까지 내렸다. 달러/엔을 따라 1,282∼1,283원 언저리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를 유지하던 환율은 달러/엔의 오름세에 은행권의 달러되사기가 겹쳐 4시 22분경 1,286원으로 재차 고점을 깬 뒤 마감까지 1,285원선을 유지했다. 장중 고점은 1,286원, 저점은 1,280.80원으로 하루 변동폭은 5.20원이었다. 전날에 이어 주식 순매수를 이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201억원, 8억원의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1,000억원을 넘게 순매수 한 것은 지난 2일 두 시장을 합해 1,739억원을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에는 변수로서 작용하지 못했으나 다음주 초 달러 공급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6억8,5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0억6,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6,000만달러, 3억2,080만달러가 거래됐다. 18일 기준환율은 1,283.4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