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가치가 주요 통화에 대해 최근 2~3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오랫동안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경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침체국면으로 들어섰고 경상수지는 여전히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잇따른 금리인하로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격차도 크게 좁혀졌기 때문이다. IMF(국제통화기금)도 14일 공표된 미국경제에 대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상적자(GDP의 4.5%선)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에 달러화 급락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아직은 달러환율에 대한 단기전망이 엇갈리고 있으며 미국내에서도 달러환율에 대한 입장이 서로 다른 것도 사실이다. 미국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경상수지 적자폭을 축소하자면 과대평가된 달러가치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비해,월가쪽에서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경우 외국자본이 대거 이탈해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증시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부시행정부도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되풀이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달러가치 하락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인식이다. 문제는 달러약세가 세계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다. 당장 대미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경제가 미국시장 위축으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대미 수출 급증세를 나타내온 중국수출도 벌써 주춤해진 형편이다. 우리 대미 수출도 타격을 받을 것은 자명하다. 미국시장에서 한국 수출상품은 특히 일본제품과 경쟁관계이므로 달러 약세-엔 강세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관측은 이번의 경우 옳지 않다. 미국 경기침체 장기화로 전세계적인 불황이 우려되는 국면이라는 점. 이미 국내기업들의 채산성이 한계를 맞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달러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는 세계경제상황은 우려해야 할 일이다. 동남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할 개연성도 크다고 보면 더욱 그렇다. 달러가치가 떨어질 경우 또한가지 주목할 점은 국제자본이 미국에서 이탈할 가능성이다. 그것이 어느쪽으로 어떻게 흐를지는 더 두고봐야 알 일이지만, 이런 유형의 자본이동이 특히 우리나라 등 이른바 신흥시장의 금융불안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결코 기우라고 단정하기만은 어렵다. 달러화 불안으로 빚어질 '있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다각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