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 배동만 사장(57)이 "사람에 대한 무한투자"를 천명했다. 끼로 뭉친 광고쟁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과 기업문화를 사람중심으로 재창조하겠다고 선언했다. 배사장은 "광고회사의 자산은 사람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창의성을 북돋우는 일이 곧 R&D투자"라고 잘라 말한다. 경영목표도 "끼"있는 "꾼"들의 천국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제일기획은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의 컨설팅을 받아 종합적인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수립했다. 핵심은 과감한 보상체계의 도입."5년내 사장보다 월급이 많은 직원이 나올 것"이라는 게 배사장의 장담이다. 현장을 배려하는 인사원칙도 세웠다. 직원들을 관리자가 될 사람과 프로광고인으로 남을 사람으로 분리해 나이 들어서도 제작현장에 머물수 있는 길을 터 줄 방침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CCO(Chief Creative Officer)와 大CD(Creative Director)제도를 도입한다. 현재 광고시장에선 다국적광고회사들의 공세가 거세다. 27년동안 1등 자리를 지켜온 제일기획도 내일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 배사장은 "지금 변신하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강조한다. 변신에 필요한 주요덕목으로 그는 "국제감각"을 꼽는다. 국내시장에서 우물안 개구리처럼 이전투구하기보다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글로벌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제일기획은 직원의 30%인 2백명을 앞으로 3년내에 해외로 내보낼 계획이다. 배사장은 "실력이 검증된 두세명의 외국인 광고전문가를 내년초 임원급으로 영입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구상도 밝혔다. 배사장이 강조하는 국제화의 요지는 세계문화에 대한 이해. 전세계 문화현장을 답사하는 직원연수제도를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파트촌과 입시지옥에서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나올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 자신도 틈만 나면 화랑을 찾아다니고 책을 집어들고 여행길에 나선다. 특히 로마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애정과 지식은 전문가수준이다. 배사장의 경영철학은 "파란(破卵)". 글자 그대로 "알을 깨는"듯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자는 의미이다. "푸르고 젊다"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파란경영을 통해 제일기획을 최고의 전문가집단으로 만들고 세계 10대 광고사로 키우겠다는 그의 힘찬 행보가 업계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 [ 약력 ] 44년 충북 충주 생 67년 고려대 축산학과 졸업 94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73년 중앙일보 개발본부 입사 93년 호텔신라 전무 94년 삼성그룹 비서실 전략홍보팀장 96년 미국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객원연구원 97년 에스원 대표 2001년 제일기획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