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는 미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내총생산의 40%를 수출이 차지하고 있는데,이중 미국시장이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를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도 IT장비의 대미 수출 덕택이었다. 올해 우리경제의 성적표 또한 미국경제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0.7%,노동생산성도 신경제로 접어든 95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함으로써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여섯차례나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주가 하락 및 경제 침체를 반전시키지는 못했다. 금리인하는 경기하강 속도를 조절하는 대표적인 제동 장치인데,이번엔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1999년과 2000년에 Y2K로 인한 IT산업의 일시적 매출 호조와,인터넷 기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초래한 버블의 대가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밤새 파티를 했으니 아침에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경제의 난조는 한국경제에도 직격탄을 가해 수출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으며,산업생산 증가율도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미국계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최근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고,IMF도 3.5%로 고쳐 잡았던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많지 않다. 국민들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침체기에 있는 미국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하반기에 과연 회복될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회복되지 않는다면,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안은 금리인하다. 그러나 금리인하의 효과가 주식시장을 부양하고 투자를 유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에서와 마찬 가지로 한국에서도 인터넷산업 및 코스닥 버블로 인한 피해가 아직 극복되지 않았다. 때문에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설비투자 및 산업생산이 늘어나고 수출이 증가하리라는 기대를 할 수 없다. 금리인하는 소비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는 경제를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이 아닌 '미봉책'이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경제가 좋아지기를 기다리기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적극적인 정책으로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꼽을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많은 외국기업들이 진출,금융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끌어 올리는 역할도 했다. 이중 특히 자동차 부품업 및 IT장비 제조업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한국을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해 수출에 공헌했다. 외국은행들도 선진 IT기술과 금융기술을 국내에 도입해 금융산업 안정에 한몫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가 감소하고 있다는 보도다. 중국은 오는 2008년 올림픽 베이징 유치 및 내년 초 WTO 가입을 계기로 외국기업 투자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동차 통신 금융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전반에 걸쳐 외자를 유치하고 있으며,이러한 외국기업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머지않아 국제시장에서 한국상품과 직접적인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외국기업들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한국을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할 의향이 있는 기업들은 특히 우대해야 한다. 지금 서울은행 대한생명 현대투신 등 수개의 대기업 및 공기업에 대한 매각 협상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매각 과정에서 국민과 언론의 이목이 매각 가격에만 집중돼 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고용 산업생산 수출효과를 감안해야 하며,특히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통한 한국경제의 경쟁력 강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 침체의 돌파구가 외자유치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 wchu@car123.co.kr ..............................................................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