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경 <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장prangel@sac.or.kr > 바캉스 시즌은 극장의 대표적인 오프시즌이다. 외국의 유명 오페라하우스나 콘서트홀은 문을 닫고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하지만 우리의 여름철은 극장의 대표적인 핫시즌이다. 특히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극장에는 관객들이 줄을 잇는다. 예술의전당만 해도 많은 날은 하루에 열번이 넘는 공연과 대여섯 개의 전시에 1만명이 훨씬 넘는 관람객이 찾는다. 관객의 대부분은 가족들이다. 특히 연극과 뮤지컬을 공연하는 오페라하우스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어머니가 관객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런데 공연 시작종이 울리면 객석 입구에서 이별하는 가족이 적지 않다. 아이들의 티켓만을 구입해 객석에 입장시키고 어머니들은 로비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모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즉석 동창회가 열리거나 반상회가 구성돼 어른들만의 대화에 몰두한다. 공연이 끝나 객석을 나온 아이들을 만나면 어머니는 묻는다. "재미있었니?" 추상적인 질문에 아이들도 추상적으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으응,좋았어" 그걸로 끝이다. 함께 공연을 관람한 가족들은 주인공에 대해 얘기도 하고 극장 안에서 배운 노래를 함께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공연의 감동을 나눈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중심이 생기는 것이다. 4인 가족이 하루 저녁 공연을 관람하고 외식이라도 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경제적 이유가 로비 동창회의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경우에도 아이들만 객석에 입장시키고 어머니끼리 따로 모이는 걸 보면 안타까움이 앞선다. 뮤지컬 '둘리'는 어른들도 충분히 즐거워하는 공연이다. 하지만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선입견을 깨기가 쉽지 않다. 공연 두 시간 내내 열리는 로비 어머니모임을 보면서 다음부터는 어린이할인보다는 어머니할인을 하든지,가장 싼 좌석에 어머니 동창모임을 위한 특별석 등을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갑작스런 빙하기가 와 엄마와 헤어진 아기공룡 둘리의 서러움만큼이나 객석에 홀로 앉혀져 자신의 감동을 공유할 수 없어 답답해하는 어린이관객의 외로움을 풀어 주는 일도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