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 규제'는 전 세계 국가 중 한국과 일본에서만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규제대상을 자본금 3백50억엔 또는 순자산액 1천4백억엔 이상의 대기업에 한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30대기업집단 계열회사만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은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에는 똑같이 규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경쟁제한이나 불공정경쟁의 소지가 적다. 하지만 우리는 30대집단기업이면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구분없이 규제를 적용하고,비30대에 속하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전혀 규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경제논리에 비추어 보면 현저한 경쟁제한성을 띤다. 30대기업집단에 속한 중소기업이 외자계 국내기업 등 30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대기업과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 큰 기업은 비30대라서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훨씬 작은 기업은 30대이기 때문에 규제를 받는 것은 객관적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공정거래법의 이러한 차별적 규제는 새로운 시장참입을 제한함으로써 이미 진출한 기업의 기득권을 보장해 주고 불공정경쟁을 조장하는 것이 된다. 규제의 정도가 국제기준에 맞는 적정선을 갖추었다면 몰라도 상식선을 벗어난 과잉 규제가 설정되어 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우리의 규제기준은 순자산의 25%로 되어 있다. 일본기준과 단순비교만 해도 일본의 25%선이다. 이러한 기준을 출자한도로 정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투자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 과도한 규제기준에 기업들이 꽁꽁 묶이다 보니 기업의 신속한 업종전환은 어려워지고,그 결과 수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은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기업 인수합병시장의 활성화에 따라 경영권보장을 위한 지분확대가 불가피한 추세로 볼 때 출자총액한도를 지키기 위해 유망한 기업이나 자산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인수자는 대부분 외국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될 때 국내기업은 헐값으로 외국기업의 수중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국가경제에 대한 외국기업의 지배력은 급속도로 커지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든 정부가 발주할 공사나 계약할 물량이 있으면 외국의 눈치를 보면서 가급적 자국기업이 유리하도록 입찰조건을 정하는 것이 상례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출자총액 규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현실성있는 기준을 설정해 국내대기업이 외국대기업과 동일한 경쟁조건하에 기업인수경쟁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국내대기업은 참여를 배제하고 외국기업은 마음껏 참여하게 함은 그 자체가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경제의 개방화 국제화와 함께 경쟁정책은 보편성 원칙을 지향하고 있고,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맞춰 가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또 자국 기업에 불리할 경우 경쟁정책의 역외적용문제도 국가간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다. 만약 정부가 순자산의 25%라는 출자총액 규제 기준을 양보할 수 없다면,국내대기업의 역차별을 막기 위해 역외적용을 추진하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어느 나라든 정부차원의 세일즈외교로 경제활성화와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국익을 해치면서까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반경쟁적 출자총액 규제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출자총액 규제는 그 규제 한도를 정함에 있어 거시경제정책 측면에서는 민간활력형 경기진작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시장경제체제 확립과 관련해서는 불공정한 경쟁요인으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단순히 한도초과 해소 시한을 연장하거나 예외확대와 같은 미봉책보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순자산의 1백%까지 출자한도를 현실화해야 한다. 또 규제를 받는 대상을 정함에 있어서도 30대기업집단을 10대나 4대로 줄인다는 접근은 시장경제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 편법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는다. 차제에 기업집단지정 기준을 폐지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설정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침해라는 위헌소지를 불식해야 한다. lhm@cfe.org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