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신용금고업계는 "탈"도 많고 "사건"도 많은 곳이다. 지난해 말 "정현준(동방금고) 포탄"에 이어 "진승현(열린금고) 포탄"을 연타로 맞게 된 금고업계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고객들이 맡긴 돈은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고객들의 신뢰는 끝없이 추락해 갔다. 하지만 모든 신용금고들이 시련의 시기를 겪은 것은 아니다. 한솔 동부 푸른 등 우량금고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오히려 내실을 다지는 성과를 거뒀다. 이들 금고들이 외풍을 견뎌낼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바로 전문성과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든든한 CEO(최고경영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광소(한솔) 김하중(동부) 하인국(푸른) 사장. 이들은 금고업계서 보기 드문 "전문경영인"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 "신용금고를 진정한 서민금융회사로 만들겠다"는 공통된 경영관을 갖고 있다. 장광소 사장이 한솔금고의 사령탑을 맡게 된 것은 부국금고와의 합병을 한달 정도 앞둔 99년 12월이었다. "취임후 부실채권을 계산해 보니 5천2백억원에 달하더군요. 앞이 캄캄했습니다. 부실채권을 줄이는 것만이 한솔금고가 살길이라 생각했죠" 이후 장 사장은 부실채권 매각에 전력을 기울인다. 성과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 6월. 도이체방크에 2천1백37억원에 달하는 부실채권을 팔아치웠다. 이어 올 6월에는 성업공사에 1백75억원을 매각하는 등 총 3천7백억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했다. "직원들에게 "부실은 우리의 공적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취임후 적극적인 부실정리에 나서지 않았다면 한솔금고도 지난해말 다른 대형 금고들처럼 어려움을 겪었을 겁니다" 장 사장이 부실정리와 함께 내세운 전략은 "현장중심" 영업. 장 사장은 올들어 지역본부장제를 신설, 해당 임원에게 3~4개의 지점을 총괄 관리토록 했다. 지점 운영에 대한 "전권(全勸)"을 부여, 현실감 있고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겠다는 뜻. 덕분에 대출실적은 급증했다. 한솔금고의 6월말 현재 여신실적은 1조4백64억원으로 금고업체로선 유일하게 여신 1조원을 돌파했다. 김하중 동부금고 사장의 경영관은 "내실경영"으로 요약된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금융사는 망할수 밖에 없다"는게 김 사장의 지론. 김 사장은 금고가 수익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갖추기 위해선 여신심사 및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들어 여신심사위원회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각부의 실무자들이 모여 특정 기업에 대한 대출 여부를 결정하죠. 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대표이사인 저라도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투명한 여신심사제도는 불법대출 및 청탁성 대출을 막는 "방패역할"을 했다. 여신심사제도가 정착된후 동부금고의 대출금 연체비율은 4.2%(6월말 기준)로 낮아졌다. 시중 은행의 연체율이 5%대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같은 연체율은 "놀라운 수치"라는게 금고업계의 평가다. 김 사장은 직원들의 재교육을 강조하는 CEO로도 유명하다. "동부금고의 모든 직원들은 저보다 똑똑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회사가 발전하죠" 실력있는 "동부맨"을 만들기 위해 김 사장은 지난 95년부터 "해외금융시장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매년 모든 직원들에게 일주일씩 해외 금융시장을 돌아볼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하인국 푸른금고 사장은 금고업계의 "실력있는 베테랑"으로 통한다. 하 사장의 금고업계 경력은 21년. 80년 푸른금고(당시 사조금고)에 대리로 입사, 사장자리에까지 오른 금고업계 샐러리맨들의 "이상"이다. 하 사장의 노련함은 "금고대란"이 일어난 지난해말 더욱 빛을 발했다. 전례없는 예금인출사태가 벌어져 금고사들의 수신고가 급감하던 지난해 12월, 푸른금고는 다른 금고와는 반대로 수신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한푼의 예금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서 2~3%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한 타 금고들과는 차별되는 전략. "수신금리를 높인다는 것은 그만큼 금고사정이 좋지 않다는 반증입니다. 고객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 수신금리를 평소대로 유지했죠" 그결과 푸른금고는 지난해 12월에만 1백50억원에 이르는 수신고 증가를 기록했다. 하 사장은 요즘 A&O, 프로그래스와 같은 일본계 대금업체를 분석하느라 바쁘다. 연리 1백%에 육박하는 고금리 대출상품이 한국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결국 소액신용대출상품의 키워드는 스피드입니다.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고객들의 대출수요를 충족시키느냐가 관건이죠" 하 사장은 조만간 일본계 대금업체에 맞설만한 대출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대출신청 30분내에 최대 3백만원까지 빌려주는 신용대출상품이 바로 그 것. "살인적인 고리채를 이용하려는 서민들의 발걸음을 금고로 돌려 세워야 합니다. 그것이 금고업계와 서민들이 동시에 살수 있는 길이죠"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 --------------------------------------------------------------- [ 프로필 ] 장광소 한솔금고 사장 생년월일=1942년 3월20일 출생지=경남 남해 학력=고려대 상대 경력=상업은행 비서실장, 중앙영업본부장, 수석상무, 한솔금고 사장 김하중 동부금고 사장 생년월일=1945년 5월3일 출생지=강원 정선 학력=고려대 상대 경력=동부투자금융 이사, 동부증권 상무, 동부금고 사장 하인국 푸른금고 사장 생년월일=1953년 1월19일 출생지=경북 포항 학력=고려대 경영대학원 경력=사조금고 전무, 대양금고 부사장, 푸른금고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