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검사부 김홍년(44) 과장. 그는 매일 퇴근과 함께 곧장 학원으로 향한다. 미국 공인회계사(AICPA) 자격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학원에 처음 등록한건 지난 3월, 벌써 5개월째다. 퇴근길 '한잔' 유혹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조금만 참자'며 생각을 고쳐먹곤 한다. "지난 2월 은행내에서 AICPA 연수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지요. 한 달에 40만원 가까이 되는 학원비와 교재비는 은행이 전액 지원해 줍니다. 내년 5월 시험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회계전문 검사역인 김 과장은 자신을 포함, 10명의 국민은행 직원이 은행 지원을 받으며 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들어 김 과장처럼 '공부하는' 은행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은행권의 2차 금융구조조정과도 무관치 않은 현상이다.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감원한파에 대비해 실력을 쌓아 놓자는 것. 은행들도 인력양성 차원에서 직원들의 이런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 주고 있다. 국민은행은 은행 온라인망에 '자격증정보 상시제공시스템'을 설치,운용하고 있다. 또 올 연말까지 미국 미시간대 서울대 KAIST 등의 경영학석사(MBA)과정에 50명을 파견하고 투자금융 인터넷뱅킹 등 전문인력 양성과정에 약 3천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2천8백명 수준인 자격증보유 인력을 연말까지 6천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온라인 교육프로그램인 '하나 사이버학당'을 통해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각종 연수과정을 이수한 직원에게는 포인트를 쌓아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이 은행 정규직원 3천4백여명 가운데 1천5백여명이 금융관련 자격증을 갖고 있다. 서울은행은 자격증을 활용도 등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고 행내·외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학원수강을 원하는 직원에게는 수강료의 50%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현재 2백명인 금융자산관리사(FP) 인력을 연말까지 5백명으로 늘린다는 방침 아래 연수기회를 늘리고 있다. 은행원들의 공부는 학원에서만 이뤄지는게 아니다. 행내 동아리 활동도 요즘은 단순한 '취미' 외에 '연구'분야 쪽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일례로 서울 삼성동 하나은행 고객센터에는 매월 둘째주 목요일이면 행내 동아리인 '부동산연구회' 회원들이 모인다. 부동산에 관심있는 30여명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스터디그룹이다. 연구회 간사인 전산정보부 박시용(34) 대리는 "경매나 부동산신탁 등 부동산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이해의 폭을 넓혀 보자는 취지에서 모임이 만들어졌다"며 "다른 은행에서도 업무와 관련된 동아리가 활성화되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