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경 < 예술의 전당 공연기획팀장 prangel@sac.or.kr > 출근길 라디오 광고에서 "야! 찌개 맛이 확 틀리네!"라고 자신있게 외치는 여배우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확 틀어진다. 사무실에 들어서서 곧 무대에 오를 뮤지컬 둘리 마케팅회의를 시작하니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에 만드는 뮤지컬 둘리는 김수정씨가 그렸던 아기공룡 둘리하고 완전히 '틀린'것 같아요. 피라미드 장면에서 스펙터클은 애니메이션 둘리가 갖지 못했던 웅장함을 주던데요""제 생각엔 크게 '틀려진'것은 없는 것 같아요. 특히 캐릭터들의 성격은 그대로 살아있지 않나요? 그래서 둘리를 기억하는 저같은 관객들은 상당히 반가워할 것 같아요. 고길동이나 마이콜 같은 캐릭터들의 재미도 여전하고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마케팅 방향을 정할 것인가,아니면 전혀 새로운 차원의 뮤지컬로 접근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나는 '틀리다'는 말이 귀에 거슬려 회의의 본질을 자꾸 놓치고 만다. 언제부턴가 우리들의 대화에서 '다르다'는 말은 사라지고 '틀리다'는 말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다르다는 것은 두 가지 이상의 어떤 대상을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찌개 맛은 특정 양념을 넣으면 틀려지는 것이 아니라 '달라지는'것이며 뮤지컬 둘리와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는 틀린 작품이 아니라 '다른'작품인 것이다. 반면 틀리다는 말은 오류를 지적하는 표현이다. 하나에 둘을 더하면 둘이라는 답은 틀린 것이고 대한민국의 수도를 부산이라고 하는 것 역시 틀린 것이다. 비교할 필요없이 절대적인 잘못을 지적하는 말이 틀리다는 표현이다. 찌개 맛이 틀리다는 것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맛이 완전히 갔다는 얘기가 되고 만다. 그런데 자꾸 나는 이런 사소한 말 실수가 단순하게 들리지 않는다.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언어를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남녀간에,상하간에,지역간에 차이는 없고 차별만 있다고 느끼는 사회를 그대로 닮은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사소한 말 표현부터 네가 또는 내가 '틀린'것이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찾고 싶다는 욕심이 솟아나는 나는 '틀린'인간인가 '다른'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