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가 천지를 진동시키지 않으면 농부들은 성호를 긋지 않는다'는 러시아의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실제로 경험해야만 두려움을 느끼고 그제서야 깨달아 행동하게 된다는 것을 풍자한 말이다. 우리는 혼탁해진 물과 공기,쏟아져 나오는 쓰레기,훼손돼 가는 자연이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 내몰리면서도 아직도 그것이 남의 일인 양 여기고 있다. 장마가 걷히고 나면 대도시의 대기는 잦은 오존오염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95년부터 '오존주의보'가 내려졌어도 이에 대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의문이다. 오존은 정상적인 대기중에도 극미량(해면기준 0.02ppm)이 들어 있다. 그 미량의 오존이 강한 햇빛아래 기온이 높아지고 바람이 없는 날이면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과 반응해 급격하게 많은 양이 생성되면서 독성을 갖게 된다. 0.2ppm까지 올라가는 것이 보통인데 주의보가 발령되는 0.12ppm 이상이 되면 눈이 시리거나 속이 메스꺼워지고 계속 오염된 대기에 노출되면 기관지염 심장질환 천식에 걸릴 위험이 높다. 호흡기질환자 어린이 노약자에게는 치명적이다. 전국 21개 도시의 오존주의보 발령횟수가 98년 24회에서 지난해는 38회로 급속히 늘어난 것은 오존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22회에서 금년에는 이미 4회의 주의보가 발령됐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서울시 25개구중 21개구가 주의보를 내렸다. 장마철이 끝나는 이달말부터 오존오염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고도 나왔다. 오존오염의 원인물질은 85%가 자동차 배출가스속에 들어 있다고 한다. 자동차중에서도 버스 트럭 등 대형경유차는 오염의 주범이다. 환경부의 조사결과로는 시내버스 1대가 승용차의 50배나 되는 배출가스를 내뿜고 다닌다고 한다. 오존주의보를 발령한 당국은 자동차 사용과 실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권고만 되뇌고 있다. 주의보 다음 단계인 경보(0.3ppm),중대경보(0.5ppm)가 발령된 일이 없기 때문일까. 아직 우리에겐 오존주의보 쯤은 두려워 할 일이 못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