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1년 대규모 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는 앞으로의 대기업정책 방향을 옳게 설정하기 위해서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출자총액이 공정거래법상의 한도(순자산가액의 25%)를 23조8천억원 초과하고 있고, 한햇동안 4조9천억원이 늘어났다고 해서 '문어발식 확장경영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보는 공정거래위의 시각이 과연 옳은지 우리는 의문을 갖는다. 30대 그룹의 계열회사수가 80개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출자총액 증가율이 53.5%에서 10.7%로 크게 낮아졌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른바 문어발 경영관행이 상당히 시정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삼성은 순자산 대비 출자액 비율이 낮아졌고 LG 등 9개 그룹의 경우 출자액 자체가 줄었다는 점도 그런 해석을 가능케 한다. 30대 그룹 출자총액중 5대 그룹의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지난 한햇동안 출자증가가 주로 중·하위층 그룹에서 두드러졌다는 점을 들어 30대 그룹 지정제도를 5 또는 10대 그룹으로 축소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인 모양이다. 또 30대 그룹내부지분율이 43·4%에서 45%로 늘었다는 점을 들어 '왜곡된 소유구조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우리는 이미 누차에 걸쳐 30대 그룹 지정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이번 공정위 발표를 보며 더욱 그럴 필요성을 절감한다. 30대 그룹 하위권 명단이 해마다 달라지는 상황에서 30번째와 31번째를 갖가지로 차별하는 것이 과연 논리적이고 또 질적인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적대적 M&A가 허용된 게 일천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2%포인트에도 못미치는 내부지분율 상향을 '소유구조의 왜곡'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더욱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년 3월말까지 출자한도 초과액을 해소해야 하는 30대 그룹의 부담이 증시에 미칠 악영향을 우선 직시해야 한다. 가뜩이나 불안한 증시에 4조원(한도초과분중 상장주식 시가)어치 물량이 쏟아질 경우 어떤 꼴이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기업투자가 활성화돼야 경기가 살아날텐데 출자한도규제가 과연 시급한 일인지,수많은 부실기업,곧 구조조정대상기업 정리를 위해서도 출자한도규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격변하는 경제상황에서 사업다각화를 문어발경영이라며 죄악시하는 것이 옳은지,외국기업에 비하면 영세기업 수준인 국내기업 확장을 제약하는 것이 오늘의 경영여건에 맞는지,대기업정책은 근본부터 재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