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어느날,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동북아 현지법인 근무희망자 공모안내문이 떠오른다. 서울 상하이 베이징 도쿄 등.해외근무자 사내공모는 한달전 예고됐던 터여서 순식간에 지원자 명단이 집계된다. 한국파견 경쟁률이 3대1로 제일 치열하다. 디트로이트 본사직원들 사이에 한국은 동북아 최고 인기근무지로 꼽힌다. 직원 가족들도 대환영이다. 2001년 대우차 GM매각을 계기로 한국정부가 추진해온 '글로벌라이제이션 캠페인'이 성과를 나타내면서 GM공장이 위치한 군산 같은 지방도시에서도 영어로 쇼핑하고 도시근교로 여행하는데 별 지장이 없다.서울 외국인학교의 교육수준도 발군이다.외국인 주거환경도 최고다.임대료가 중국보다 비싸지만 서구식 관리시스템이 싱가포르 수준이란 평을 받는다. GM 본사 직원이 인천공항에서 렌터카를 직접 몰고 교통표지판을 따라 군산공장을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중국은 이런 면에선 아직 멀었다. 이런 평가 덕분에 한국의 높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승용차 생산라인 일부를 중국으로 옮기려는 디트로이트 최고경영진의 시도는 무산된다. 군산을 비롯한 한국공장의 생산성과 수출실적등은 GM 전체계열에서 '톱'수준. 대우차매각 때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부평공장은 아시아 생산기술연구센터로 거듭난다.GM의 글로벌 경영보고서는 대우차를 동아시아 거점으로 명시하기에 이른다" 이상은 '대우차 GM 매각이 임박했다'는 말만 몇달째 무성한 채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갑갑한 상황에서 대우차가 나아갈 '베스트 드라이빙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그려본 것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은 암울한 경제상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대우차를 GM에 넘기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는 내부 결론을 내린 것 같다.하지만 '국부유출이나 헐값 매각'이라는 일부 여론비판을 두려워한 나머지 미적거린다고 한다. 길게 보면 지금 값을 더 받고 덜 받고는 대우차 매각의 최우선조건이 아니다.팔린 다음이 더 문제다. 영국 등의 경험에 비춰 볼때 GM은 설사 비싸게 사가더라도 대우차의 생산성이나 영업성과가 기대 이하면 얼마든지 생산라인을 줄이거나 심지어 폐쇄할 수 있는 회사다. 다국적 기업의 이런 행태에 비춰 당장 얼마를 더 받는데 연연할 게 아니라 부평공장의 연구개발기능을 비롯한 핵심역량 및 동북아 거점 역할을 GM으로부터 보장받는 등 대우차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물론 확답을 받아내도 대우가 GM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장기적으론 소용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일단 팔리고 나면 대우차 임직원들은 GM의 글로벌전략상 차별적인 입지와 실력을 인정받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대우차는 GM의 '일개 국제 하청공장'이 아니라 '글로벌전략 파트너'로 대접받는 독일 오펠처럼 세계일류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도 외국기업인들이 한국근무를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비즈니스환경 전반의 선진화 작업을 국가전략차원에서 서둘러야 한다.지금 좀 덜 받고 팔아도 우리 내부적으로 이같은 '외자 수용태세'를 갖추면 대우차는 GM의 보배이면서 한국경제의 보물이 될 것이다. 이것을 못해내면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이고 대우차는 항상 '폐쇄나 라인단축 공포'에 시달리는 3류로 전락할 것이다. 진념 부총리도 최근 말했듯이 세계의 공장으로 변신중인 중국의 외자유치 역량에 비춰 이런 과제들을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경제의 위상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소름이 끼친다. 대우차 매각과 그 이후 진로는 글로벌경제시대 한국호의 풍향계나 다름없어 보인다. lee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