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기 < 브랜드앤컴퍼니 컨설턴트.경영학박사 > 기업들은 왜 많은 비용을 투자해 회사 이름이나 브랜드를 알리려고 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질수록 자신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상장 기업의 주가와 브랜드 자산을 비교한 결과 브랜드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7배나 증가했다. 그만큼 무형의 브랜드 가치가 중요해졌다는 증거다.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기술의 발달로 인해 품질 동질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텔사의 반도체칩이나 경쟁사의 반도체칩은 큰 차이가 없고 노트북의 경우 메이커가 달라도 부품은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인텔 인사이드의 슬로건이나 삼성 노트북의 디자인과 애프터 서비스는 경쟁사와 차별화돼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형성하고 있다. 둘째,인터넷 사용 인구가 증가하면서 전자 상거래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경우 도메인을 알아야 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다. 얼마전만 해도 슈퍼마켓 이나 대리점이 고객과의 접점이었으나 이젠 도메인이라는 또 하나의 브랜드가 신세대 고객과의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셋째,기업 환경이 산업 사회에서 지식 정보 사회로 넘어가면서 생산 시스템이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대량 생산 체제에서는 소비자가 기업의 취향에 맞춰야 했지만 이젠 기업이 소비자 취향을 맞춰야 한다. 브랜드는 소비자에 의해 만들어 지고 고객은 제품을 고를 때 브랜드를 우선시한다는 뜻이다.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브랜드 속에는 종업원의 친절도,애프터 서비스,제품의 품질과 기술력,경쟁사와 차별화된 마케팅,유통망,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능력,광고 컨셉트 및 슬로건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아직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없이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경우가 많다. 신규 브랜드의 경우 1년 안에 시장에서 사라지는 비율이 85%에 달한다. 만약 브랜드가 시장에서 사라진다면 기업으로서는 매몰 원가(sunk cost)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개별 브랜드별로 공헌 이익을 계산해 실적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브랜드 중심의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상장 기업을 비교해 보면 브랜드 관리를 잘하는 기업의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당 순자산 가치에서 태광산업과 고려제강은 1,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보수적으로 알려진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자본총계(장부가 기준)보다 훨씬 낮다. 반면 브랜드 자산이 각각 15조원,6조원으로 국내 기업중 1,2위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증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자본총계의 2배 이상이며 SK텔레콤은 4배 이상을 기록했다.(2000년말 기준) 이처럼 브랜드 자산은 기업 가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PM(Product Manager) 구조에서 BM(Brand manager)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또 기업내 최고 브랜드 관리자(CBO)에 의해 브랜드가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관리돼야 할 것이다. 미래 기업의 승자는 누가 브랜드를 보다 더 잘 관리하고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