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국제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세계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정말 걱정이다. 아르헨티나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할 경우 그 파급영향으로 투자위축과 외자유출로 인해 신흥경제가 일차적으로 큰 타격을 받겠지만,만일 미국경제로 불길이 번질 경우 급격한 주가조정과 달러가치 하락이 세계경제를 강타해 자칫 심각한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위기의 뇌관은 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한 아르헨티나다. 공공부문 임금 및 연금을 약 10∼13%까지 삭감하는 내용의 초긴축정책에 대한 아르헨티나 정계와 미국의 지지 표명으로 주가가 5% 이상 반등하는 등 빠른 속도로 안정세를 회복하고는 있으나 장기간의 경제침체와 1천3백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채 그리고 페소화 고평가 등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는한 언제든지 위기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아르헨티나의 채무불이행 위험으로 촉발된 국제금융 불안이 다른 나라로 전염될지 여부다. 당장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국가들은 통화가치가 줄줄이 급락하는 등 크게 동요하고 있는데 빨리 수습하지 않으면 아시아경제도 통화불안을 겪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비록 4년전 통화위기 때에 비해 아시아 각국의 외환보유고가 크게 늘었고 환투기 세력에 대한 대비도 강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올해 들어서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의 경제사정도 상당히 어려워진 판이라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위협요인은 IMF가 지적한 대로 미국경제 내부에 있다. 미국주가는 상당한 조정을 거쳤는데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마국으로 몰린 국제자본은 달러가치 강세에 힘입어 더욱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주가의 급격한 추가조정과 달러가치 하락사태가 일어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스태그플레이션과 동시불황의 위협에 직면해 있는 세계경제는 결정적인 위기를 맞기 쉽다. 이 경우 우리를 비롯한 개도국 경제가 파탄지경에 빠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구조적으로 해외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들은 철저히 대비해야 마땅하다. 충분한 외환보유고도 중요하지만 정치안정, 노사협조,투명경영 등을 이룩해 대외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본다. 이것이 바로 아르헨티나 경제위기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