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天津)시내에서 승용차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이셴(逸仙) 과학기술단지의 삼성SDI 공장.이 공장 엔지니어들은 요즘 새 설비 설치 마무리작업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조만간 제품을 쏟아낼 34인치 평면 TV브라운관 설비다. 삼성SDI 본사는 34인치 평면 TV브라운관 기술을 개발,생산을 톈진공장에 맡겼다. 많은 공장중에서 톈진공장을 고른 이유가 궁금했다. 이중현 법인장은 "톈진공장의 생산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공장은 제품을 중국 및 세계시장에 공급한다. 톈진공장 현지 인력은 1천5백여명. 평균연령이 24세인 이들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월급은 약 1천7백위안으로 우리 돈 27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복지후생비를 합쳐도 40만원이 안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제품은 한국공장에 손색이 없다는 게 이 법인장의 설명이다. 그들은 꾀 부리지 않고 일한다. 파업 걱정도 없다. 최근 시작한 6시그마운동 덕택에 불량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생산성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WTO 가입을 앞둔 중국은 풍부한 노동력에 힘입어 '세계 공장'으로 부각됐다. 소비자 구매력 향상으로 황금시장이 형성되고 있다.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그러기에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통째로 중국에 빨려들지도 모른다"며 WTO 가입 이후 중국의 급부상을 우려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톈진 삼성SDI의 사례는 이같은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준다.서울에서 개발하고'세계공장'인 중국에서 만들어,중국 및 세계시장으로 뿌리는 형태다.'중국=생산단지,한국=연구개발(R&D)센터'라는 등식이 가능하다. 중국이 아직도 우리 기업의 중국진출을 환영하는 건 돈도 돈이지만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R&D센터는 중국공장으로부터 기술사용료(로열티)와 투자배당금을 챙기면 된다. 삼성SDI가 그렇게 하고 있다. 한·중경협은 우리 기술이 앞으로 얼마만큼 중국을 앞서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틀리지 않다.그게 '34인치 브라운관 이야기'에서 얻은 결론이다. 톈진=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