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부총리가 연일 "30대 그룹에 속한 대기업에도 은행소유를 허용하겠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현재 상태라면 정부가 은행을 계속 갖고 있든지,외국인에게 은행을 내주는 길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면서 "30대그룹이라도 은행을 인수한 뒤 일정기간안에 제조업 등을 처분하고 금융업에 전념한다는 의사가 분명하다면 은행을 경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은행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경영능력을 갖춘 주인을 찾아주는 길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온 바 있다. 특히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유화된 은행의 원활한 민영화를 위해서나 외국인과의 역차별 방지를 위해서도 비현실적인 은행소유에 대한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여러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30대그룹에 의한 은행소유 허용은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바람직한 정책선회라고 본다. 문제는 진 부총리의 말대로 산업자본에 의한 은행지배를 막기 위해 이런저런 조건을 달 경우 은행을 인수하겠다는 대기업그룹이 과연 존재하겠느냐는 점이다. 물론 은행의 사금고화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기존 업종을 정리하고 금융 전업그룹으로 변신하라는 조건을 달 경우 선뜻 나설 재벌그룹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크다 하겠다. 현실적으로 금융업 비중이 높은 동양·대신·교보 등은 은행을 인수할 자금여력이 있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고,금융그룹의 꿈을 갖고 있는 일부 재벌기업도 기존 업종을 정리하면서까지 은행인수에 나설지는 의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30대그룹에 은행소유를 허용하면서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조건을 붙일 경우 그만큼 인수자 물색이나 제값을 받는데도 유리하지 않다. 문제는 사금고화 방지라 할 수 있겠으나 이는 감독체제 강화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소유제한으로 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우리 생각이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의 감독역량으로 과연 이를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에 대한 의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은행의 경우 제2금융권과는 달리 실시간으로 거래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엄격한 감독체계가 수립돼 있는데다 사외이사 등에 의한 경영감시와 여신관리의 중립성 강화 등의 차단장치가 보강된다면 사금고화 방지도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