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에 새로 진출하는 회사가 늘어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져 물건을 배달해주고 받는 운송단가가 급락하고 있다. 이에따라 택배시장의 급팽창과는 반대로 기업들의 수지는 크게 악화되고 있다. 9일 한진은 올 상반기의 택배운송단가가 개인고객,통신판매,기업물량을 평균해 박스당 3천5백61원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한진이 밝힌 연도별 평균단가는 98년 4천5백97원,99년 4천5원,2000년 3천6백57원이다. 불과 2년 남짓한 기간동안 가격이 22.5%나 하락한 것이다. 한진은 가격경쟁보다는 양질의 서비스제공에 치중해 상대적으로 운임이 높은 회사로 간주되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업체들의 평균단가는 대부분 3천5백원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택배업으로 수익을 내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4천5백원에 비해 1천원이상 낮은 가격수준이다. 한진관계자는 "그나마 기업물량(B2B)에 비해 높은 값을 받는 개인물량(C2C)의 운송단가도 지난해말부터 4천원을 밑돌기 시작해 현재 3천8백~3천9백원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물량의 경우 99년까지는 5천원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부터 급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택배운임이 급락함에 따라 이대로 가다가는 업계가 공멸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진물류연구원 김국남원장은 "한진이 처음 택배업에 진출할 92년 당시 운임은 평균 6천5백원이었다"며 "그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은 내려도 너무 내린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진 현대택배 대한통운 등 빅3업체의 지난해 택배부문 매출은 30% 가까이 늘었지만 수익측면에선 모두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시장의 급팽창에도 불구하고 택배단가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대기업을 포함해 많은 업체들이 시장에 새로 진입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9년 CJGLS의 시장진입이 가격하락의 도화선이 됐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후발업체인 CJGLS가 빅3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택배인프라를 커버하기 위해 저가정책을 들고나오자 다른 업체들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CJGLS는 시장점유율을 크게 늘렸지만 택배부문의 수익성은 매우 취약해졌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리던 택배업의 상황이 이처럼 급변하자 업계에선 장미빛 전망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택배업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던 SK나 롯데같은 대기업들도 당분간 시장진입을 보류키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미 지방업체들은 대부분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수도권 주요택배사의 상당수도 부실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잇따른 부도사태를 우려했다. 김국남원장은 "택배사들의 출혈경쟁이 위험수위"라며 "업계의 자율노력과 함께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정책당국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