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원화가치는 꿋꿋하게 올랐다. 전세계적인 달러강세의 영향권내에서 공급 물량에 대한 부담으로 자리를 지켰다. 시장 분위기는 달러/엔 환율 상승보다 수급 요인에 더 초점을 맞춘 거래가 주를 이뤘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60원 내린 1,294원에 한 주를 마감했다. 달러/엔은 한때 125.95엔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나 달러/원은 이를 애써 무시했다. 장 막판 달러/엔의 상승세가 주춤하자 보유 물량을 처분하며 내림세를 좀 더 강화했다. 장중 환율 변동폭은 2.50원에 불과, 위쪽에서 막고 있는 대기 매물과 아래쪽을 지지하고 있는 엔화 약세의 승부를 그대로 반영했다. 팽팽하게 맞당기고 있는 두 요인의 대결은 다음주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원화는 이를 따르지 않아 원-엔 비율은 10.29까지 떨어졌다. 시장관계자들은 향후 10.2까지도 떨어질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수출경쟁력에 대한 걱정은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달러/엔의 방향을 따르는 장세는 여전하되 대기 매물 부담은 시장을 여전히 지배할 전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엔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겠지만 계속적인 공급물량에 대한 부담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통신 주식예탁증서(DR) 등 나올 것이 나오지 않으니까 심리적으로 혼란스러운 점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달러/엔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다음주 거래범위는 1,285∼1,298원으로 보고 달러/엔의 급등시 1,300원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달러가 많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떨어진 감이 있고 원화가 경제지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 일본 수출관련 경쟁력에 대해 정부에서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또 "달러/엔이 126.20엔까지 가도 1,290원을 유지하게 되면 원-엔 비율은 10.2까지 내려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엔화와 물량이 상충되면서 박스권 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은 물량 공급으로 인해 상당히 무거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NDF정산관련 매도물량과 네고물량이 소규모로 꾸준히 공급됐다. 업체와 역외세력은 소극적인 거래로 일관했다. 환율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팽배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 거꾸로 강을 거스르는 연어들처럼 =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각각 3개월, 8개월중 가장 강세를 나타냈다. 그럼에도 원화는 달러 강세에 무심한 태도로 일관하며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에서 '왕따'가 됐다. 특히 달러/엔과의 상관관계가 크게 느슨해지면서 원-엔 비율은 10.20대로 내려섰다. 달러/엔은 3개월중 최고치 경신에 적극 나서며 한때 125.95엔까지 다달았다. 그러나 126엔대에 옵션과 차익실현 매물이 버티고 있어 추가 상승은 제한됐다. 5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6월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 비제조업지수가 52.1로 전달 46.6보다 크게 상회하는 등 미국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하고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가능성을 안고 오름세를 유지한 달러/엔은 125.76엔으로 마감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 초반 125.50엔대로 소폭 내려앉아 거래되다가 차츰 고점을 높이기 시작했다. 가토 고이치 전 자민당 간사가 "경기 회복을 위해 일본 정부는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를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달러/엔 환율이 130∼135엔까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는 보도로 엔화 약세는 이어졌으며 미국 국채 매입을 위한 일본계 펀드의 달러매수세와 수입업체들의 수요가 가세하기도 했다. 가와데 헤이조 일본 경제재정정책담당 차관은 이날 3개월중 최고치까지 오른 달러/엔과 관련, "환율이 너무 크게 변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또 유로/달러는 미국 경제지표 호전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고수 소식으로 뉴욕장에서 8개월중 최저치인 83.67센트로 마친데 이어 이날 83.50센트까지 내려서 최저치 경신을 거듭했으며 싱가포르달러는 11년만에 최고치까지 가기도 했다. 미국 경제지표의 양호한 성적에 따른 경기 호전 기대감에 비해 일본, 유럽 경제는 침체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 통화에 그대로 반영됐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환율은 전날 역외선물환(NDF) 환율이 엔화 약세를 무시하고 1,298원의 보합권에 머문 점을 반영, 전날보다 0.60원 낮은 1,296원에 출발했다. 개장 직후 1,296.50원까지 낙폭을 줄인 뒤 환율은 이내 되밀려 1,294.80원까지 내려선 뒤 저가 매수세 등으로 소폭 되올라 1,295원선을 횡보하다가 1,295.8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오른 1,295.9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달러/엔이 125.90엔을 넘어서자 1,296.30원까지 상승했으나 물량 공급에 막혀 1,295원선으로 밀려 거래됐다. 이후 달러/엔의 소폭 등락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물량 공급시에는 1,294.50원을 저점으로 위로는 주 무대인 1,295원선에서 흘렀다. 하루 걸러 주식 순매도세를 보인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1,038억원, 84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27일이후 이레만에 1,000억원이 넘는 순매도였으며 다음주 초 역송금 수요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장중 고점은 1,296.50원, 저점은 1,294원으로 하루 이동폭은 불과 2.50원에 그쳐 이달 들어 진폭이 가장 적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7억8,07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4,82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7억9,730만달러, 2억8,540만달러가 거래됐다. 7일 기준환율은 1,295.50원으로 고시된다. 한편 이달 5일까지 통관기준 무역수지는 8억4,5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가 준 11억9,000만달러, 수입은 11.8% 감소한 20억3,5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