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이 강남점 1층에 있는 수입화장품 매장의 퇴점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국내 패션잡화업체들에 수입화장품 매출을 올리라고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최근 강남점에 입점한 고가 수입화장품들이 장사가 안돼 퇴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구두 핸드백 넥타이를 판매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에 각 사별로 2백만원어치씩 수입화장품을 구매하라고 요구했다. 패션잡화업체들은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일부 업체들은 자사 카드나 직원 등을 동원해 상품을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강남점은 문을 열 때부터 '명품관'을 표방하며 고가 수입상품 유치에 앞장섰으나 매출은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수입화장품의 월평균 매출은 5천만원선. 한달에 1억∼1억5천만원을 올리는 현대 무역센터점이나 갤러리아백화점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또 샤넬과 에스티로더 등 몇몇 브랜드가 월 1억원을 넘겨 간신히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같은 강남상권의 타백화점에서는 최고 3억원까지 판매가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저조한 결과다. 이처럼 매출이 저조하자 최근 수입 브랜드들이 잇따라 '매장을 빼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백화점측은 고육책으로 국내업체들을 동원,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체 관계자들은 "그동안 자사 영업이 부진할때 직원과 가족을 동원해 억지로 매출을 올리라고 강요받은 적은 있지만 다른 업체의 제품까지 사라는 주문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노세일 브랜드인 수입화장품을 20% 할인가격에 사라고 단순히 구매권유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