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달러/엔 환율이 상승추세가, 아래로는 이월 네고물량과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등의 공급물량이 상충돼 환율은 정해진 범위에 갇힐 수밖에 없다" 한 시장관계자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위아래 막힌 흐름에서 벗어날 만한 자극제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반기를 맞는 이번주 달러/원 환율은 수급과 재료간의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엔화 약세 진전여부가 주요 관심사다. 2일 단기 경제관측(단칸)지수의 발표에 이은 달러/엔 환율의 방향 설정이 관건이며 대체로 상승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도 위쪽으로 자극을 받되 이월 네고물량과 LG전자 등의 FDI자금이 꾸준히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점을 상반되는 요인으로 감안해야 한다. 이번주 환율은 '1,290∼1,310원' 범위가 예상된다. 좁게는 '1,295∼1,305원'이다. 달러/엔 환율의 동향에 우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후 공급물량 조절을 꾀하는 거래패턴은 명료하다. 시장참가자들은 '고점매도'에 대한 뚜렷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며 '적절한 시점'을 호시탐탐 찾고 있다. 물량부담이 차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엔의 상승에 따른 동반 움직임이 나올 때마다 팔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 흐르는 강물처럼 = 달러/엔 환율과 물량간의 대립 양상은 지난주 중반까지 극도로 정체된 흐름을 잇게 했다. 주 후반 변동폭을 다소 늘리긴 했으나 마감가 기준으로 '1,297.50∼1,303.20원'에 그쳤다. 1,300원을 축으로 좌우 옆걸음을 거닌 정도. 월말과 반기말을 맞은 네고물량이 대거 쏟아져 나왔음에도 달러/엔의 상승세 유지는 아래쪽으로 한계선을 그었다. 힘의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같은 균형이 무너질 경우 환율이 한쪽으로 기울기를 크게 가져갈 수도 있다. 환율을 상승으로 이끌만한 요인은 달러/엔 상승이 유일하다시피 하다. 지난주 달러/엔은 123∼124엔대의 견고한 흐름을 이어갔으며 일본 정부는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를 저지하는 발언을 이었다. 그럼에도 엔화 약세를 지지하는 세력이 우세하다. 지난주 번번이 125엔 상향돌파가 좌절됐지만 2일 단칸지수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시장관계자는 거의 없다. 엔의 추가 약세를 예상케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지난 1/4분기 단칸지수조사결과 핵심지수인 대형 제조업체들의 경기동향지수가 마이너스 5를 기록하자 달러/엔은 도쿄장이 개장하자마자 전주의 126.33엔에서 126.65엔까지 급락했던 경험이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이번에도 단칸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지난주 조정에도 불구하고 124엔 아래로 쉽게 빠지지 않았다"며 "달러/엔은 125엔을 깨고 전 고점인 127엔 근처까지 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일정한 환율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 다만 달러/엔이 무턱대고 상승하지는 않고 레벨에 대한 부담감이나 외환당국의 개입을 충분히 고려하면 박스권의 상향조정 정도로 가능해 보인다. 달러/엔의 급격한 추가 상승이 없는 상황에서 달러/원은 물량 부담감으로 상승 기울기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 순간마다 달러/엔 동향에 따른 수급 조절로 흐름에 순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듯하다. 이와 함께 지난달 3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환율과 관련, 특별한 언급은 없이 두 국가간 규제개혁,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 외국인 직접투자와 무역 등에 대한 '성장을 위한 미·일 경제동반자 관계'라는 협의체를 신설키로 했다. 또 일본 경제 회생책에 대해 부시대통령은 지지를 보냈으며 일본 고이즈미총리는 "일본 경제는 회생과정에서 상당한 고통을 겪을 것"이라며 "2∼3년동안 성장은 더딜 것이지만 이같은 고통은 개혁작업에 불가피하게 수반된다"고 말했다. ◆ 수급 '기싸움' = 반기말 물량의 이월분도 새로운 반기를 맞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30일 중소업체들의 네고물량을 상당부분 받은 시중은행권은 달러매수초과(롱)포지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이 무거워 보이는 시장에 결제수요가 얼마나 맞닥뜨려줄 것인지가 하나의 관건. 월초라는 요인을 감안하고 최근 정유사들의 결제수요가 꽤 많았음을 감안하면 기본적인 수급은 팽팽하게 맞설 수 있는 상황. 따라서 수급으로 환율을 움직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FDI자금의 유입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인지가 수급 상황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지난주 꾸준히 시장에 나온 LG전자의 필립스 외자유치분, 하이닉스 반도체 외에 2일 납입예정인 한국통신의 주식예탁증서(DR) 발행분 22억4,229만달러는 심리적으로 묵직한 부담을 주고 있다. LG전자의 외자유치분 11억달러가운데 절반 가량은 선물환으로 처리됐고 나머지 물량도 분산돼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여분도 마찬가지. 한통 자금이 시장에 얼마나 부담을 줄 것이냐는 환율 움직임에 달려있다. 한국은행에서 일괄매수, 환율이 예상외로 급등하게퓔?시장 안정을 위해 공급물량으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안정적으로 흐를 경우 별 다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 99년에 한통에서 DR을 발행했을 때와 비슷하게 처리될 것 같다"며 "외환당국은 '시장중립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재차 천명하고 있는데다 외화예금으로 일부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본적으로 한통이 원화가 부족한 회사가 아니고 대외신인도나 외국인자본을 유치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뿐"이라며 "다분히 정책의도성 자금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장거래자들은 최근 환율이 위아래로 막혀있다는 명확한 인식을 갖고 있다. 어느 한 방향으로 몰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팔겠다'는 생각으로 시점만 저울질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면서 환율이 내려 저점이라는 인식만 끼어들면 어김없이 매수에 나서는 거래 패턴을 보이고 있다. 거래자들이 다들 비슷한 전망과 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는 결국 환율 움직임이 정체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