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조종사파업은 우리 경제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전례를 남겼다. 외국인 고급인력 채용이 노사문제로 비화되고 기업이 여기서 밀려버린 것이다. 만약 이번 일이 전례가 되어 앞으로 기업의 외국인 고급인력 채용에 사사건건 제동이 걸린다면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지구촌경제'란 말 그대로 상품 자본 기술의 생산요소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이같은 세계화게임에서 1승1패를 했다. 1960년대 중남미 인도 등 대다수 개도국이 수입대체산업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남다른 선견지명으로 수출드라이브전략을 채택한 한국은 자유무역의 흐름을 잘 타 '1승'을 했다. 그런데 90년대 불어닥친 자본자유화에 어설프게 대응하다 외환위기로 '1패'를 하고 말았다. 이제 한국경제의 제3라운드는 '어떻게 하면 선진기술에 잘 접근하느냐'이다. 여기에는 자체기술개발,기술 라이선싱에서 지금 우리가 한층 열을 올리고 있는 외국인투자유치 등 나름대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생각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래서 최근 세계 각국이 눈을 돌리고 있는 새로운 방법은 외국의 우수한 전문인력을 자기 나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어지간한 한국사람이면 비자 받으려고 미대사관 앞 긴 줄에 서 자존심을 구겨 본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외국인이 아메리카 땅을 밟는 데 대해 까다로운 미국도 정보통신 등 고급인력에 대해선 이민쿼터를 대폭 확대해 놓고 모셔가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독일도 이민법을 개정하고,또 정보화로 한참 잘 나가는 아일랜드는 앞으로 7년간 20만명의 정보통신인력 이민을 받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같은 선진국의 고급두뇌 사냥 물결을 타고 아시아의 MIT라 불리는 중국의 칭화대학,인도의 IIIT,가깝게는 한국의 두뇌집단까지 화려한 꿈을 안고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미 포춘지 선정 5백대 기업 중 2백여개사가 인도에서 고급인력을 조달하고 있다. 참으로 아이러니컬한 세계화의 물결이다. 지금까지 각국은 외국인력수입에 대해선 참으로 인색한 정책을 펼쳐왔다. 당장의 노동력부족과 3D업종 기피 등으로 외국의 값싼 인력을 수입하면서도 계약기간이 지난 후에는 자기나라로 되돌아가게 하느라 온갖 골머리를 앓았다. 외국인이 단순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장기적으로 가족까지 데려와 정착하는 것은 환영하지 않은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험에 의하면 도입 초기인 60년대에는 외국인 단순인력이 경제적으로 상당한 기여를 했지만,이들 가족이 정착한 80년대 이후 사회보장,교육부담 등으로 오히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 80년대부터 단순외국인력을 수입해온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했으나 지금 수십만에 달하는 합법·불법 외국인노동자를 끌어안고 있다. 요즈음 우리 사회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그렇듯이 '이 불쌍한 외국인근로자를 어떻게 처우하느냐'를 놓고 정부 국회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나서 갑론을박하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냉혹한 세계경쟁을 생각할 때 지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은 단순외국인력 수입이 아니라 선진국과의 고급두뇌 사냥 경쟁에 뛰어들어 어떻게 하면 탐나는 외국의 고급인력을 데려오느냐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창조적 지식을 가진 우수인력이 기업의 운명까지 바꾸는,말 그대로의 지식기반경제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그 우수한 두뇌집단이 꼭 한국인일 필요가 없다. 내국인 소유기업이든 외국인투자기업이든 이 땅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모든 기업이 우리 기업이듯이 우리 사회에 터전을 잡고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면 모두가 '우리'다. 하루 빨리 과학자에서 IT인력,전문경영인,그리고 조종사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외국인력이 이 땅에 정을 붙이고 한국경제를 위해 뛸 수 있도록 하자.이미 3백50여년 전 우리 선조는 네덜란드인 박연을 귀화시켜 훈련도감에서 활용했다는 점을 한번 의미있게 되새겨 볼 만하다. syahn@ccs.soga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