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 있는 로렌스 중학교(Lawrence Middle School). 이달초 서울시 교육청의 '테마 연수'차 미국을 방문한 서울시 중등교사 10여명이 이 학교를 찾았다. 교사들은 아침 8시부터 과학 수학 히브리어 등의 수업을 참관하고 학교의 각종 시설을 눈여겨 살펴봤다. 이어 가진 로렌스중학교 교사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의 교사들은 미리 준비해 온 질문을 열심히 던졌다. 학교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방과 후 활동은 어떤게 있는지 등등. 이 가운데 서울의 교사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 부분은 교사 1인당 학생수였다. "수업에 따라 10명 미만에서 20여명의 학생을 한 명의 교사가 담당한다"는 학교측의 대답에 교사들은 "수업의 질을 높이려면 학생수가 미국처럼 적어야 한다"며 웅성거렸다. 교사들이 다음 일정으로 방문한 LA의 존 버로(John Burrough) 중학교에서도 이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2천1백명의 학생에 80명의 교사가 있다"는 대답을 들은 교사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30명이 안되네.역시…"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 A중학교의 김모(45)교사가 "교사들이 수업준비를 제외한 '잡무'에 빼앗기는 시간은 어느 정도냐"고 물어봤다. 안내를 담당한 미국 교사는 "잡무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으나 서울의 교사들은 원하는 답을 얻으려는 듯 '잡무'의 예를 들어가며 비슷한 질문을 반복했다. 결국 "일부 수업의 경우 대학생들이 수업준비를 돕고 있으며 공문 작성이나 청소지도 등으로 시간을 빼앗기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제서야 서울의 교사들은 "우리도 이런 환경이라면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데…"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 교육의 가장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교사들.이들은 왜 한국의 교육 환경을 선진 외국에 비춰 보려는 것일까. 혹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교육여건이 답답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이번 연수에는 교육행정 담당자들도 반드시 자리를 함께 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뉴욕=안재석 사회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