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한달여만에 1,300원대로 올라섰다. 달러/엔 환율 상승세와 역외매수세까지 가미돼 수요 우위의 장세를 보였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지난 금요일보다 8.50원 오른 1,300.50원에 거래를 마쳐 지난달 21일 1,301.5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개장하자마자 지난주 말 엔화 약세와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 상승세를 적극 반영, 1,303원에서 급등출발한 환율은 장중내내 오름세를 유지했다. 엔화 약세 속도가 원화보다 가파르게 진행된 가운데 시장 심리는 달러매수쪽에 무게를 뒀다. 외국인 직접투자(FDI)자금 등의 공급요인에 대한 경계감은 희석된 채 엔화 약세에 초점을 맞춘 거래가 이어졌다. 추가적인 엔 약세의 진행정도에 따라 단기적으로 환율은 오름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엔 약세를 확인한 하루였으며 1,300원이 당분간 지지선으로 작용하면서 박스권이 올라가는 흐름이다"며 "레벨부담감이 있어 엔 약세 속도를 따르지 않았으나 달러/엔이 123엔을 지지하면 1,300원도 지켜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FDI자금도 물량이 얼마나 나올 지가 관심이나 경계감은 희석됐으며 엔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점에 빗겨가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일은 밤새 달러/엔이 오름세를 유지하면 1,305원까지 상승이 가능해뵌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내일도 단골메뉴인 달러/엔 환율에 달려있다"며 "엔 약세의 진행정도에 따라 1,305원을 넘어서면 1,307∼1,308원에서 차트상 걸린 뒤 1,310원까지도 갈 수 있으며 아래쪽으로는 1,297원 정도를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 엔화 약세 진전 = 달러/엔 환율이 일본은행(BOJ)의 경기 하향 판단으로 지난주 말에 이어 123엔을 넘는 상승세를 이었다. 달러/원의 상승을 이끈 주요인. 엔화는 지난주 말 FTSE지수에서 일본 비중 축소 전망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개입 우려가 압박요인으로 작용, 달러화에 대해 123.01엔에, 유로화에 대해 105.99엔에 마감했었다. 오전중에는 일본 업체들의 엔화 매수세가 달러/엔을 소폭 끌어내려 122.80엔대를 주무대로 했으나 BOJ의 발표이후 상승폭을 확대했다. BOJ는 지난 목요일 일본 정부가 5개월 내리 경기판단을 하향한데 이어 수출부진으로 인한 기업 생산 및 투자 위축을 들어 6월 경기판단을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달러/엔은 한때 123.20엔대로 올라서기도 했으며 시장 거래자 대부분은 일본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 엔화 지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역외세력은 개장초부터 꾸준히 달러매수를 이으며 환율 상승에 가담했다. 업체는 오전중 기준율에 비해 월등히 오른 환율흐름에 따라 네고물량을 내놓았으나 오후 들어 1,300원 이상에서 추가상승을 염두에 두고 출회를 멈췄다. 오히려 엔화 약세를 보고 결제수요가 조금씩 차올랐다. 은행권은 엔화 눈치를 살피면서 오후장 초반 1,300원을 뚫고 올라설 때 달러매도초과(숏) 포지션을 가진 일부에서 달러되사기(숏커버)에 나서기도 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식예탁증서(DR)발행 물량은 실제 시장에 나오기전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오히려 국내 인수분 1억2,500만달러가 대금 납부를 위해 달러수요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지난 금요일보다 11원이나 높은 1,303원에 출발한 환율은 다음 거래가 1,297원에 체결된 직후 다시 되올라 1,299원선에서 한동안 거래됐다. 개장가는 지난주 말 역외선물환(NDF)시장 환율이 1,303원까지 상승했던 것을 반영했다. 이후 환율은 엔화 약세가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추격매수세가 붙지 않아 1,298원선에서 주거래되며 1,298.9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보다 0.40원 내린 1,298.50원에 오후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잠시 1,298.40원에 내려선 뒤 엔화 약세가 진전되면서 1,300원에 재진입했다. 이후 달러/엔이 123.20엔대로 추가 상승하자 1,301.60원까지 올라선 뒤 차익실현 매물로 되밀린 달러/엔을 보고 1,300원선으로 내려섰다. 장중 고점은 1,303원, 저점은 개장가인 1,297원으로 하루 등락폭은 7원이었다. 지난 금요일에 이어 순매도세를 이은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629억원이 매도우위를, 코스닥시장은 15억원의 매수우위를 기록했다. 환율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으나 지난 금요일의 순매도분과 함께 역송금 수요로 환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6억6,28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3,6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6억1,940만달러, 5억6,020만달러가 거래됐다. 19일 기준환율은 1,299.80원으로 고시된다. 현물환 거래량이 7거래일만에 처음으로 30억달러를 넘었다. 한편 이달 들어 17일까지 무역수지는 9억8,8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지난해와 전?같은 기간보다 악화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7억달러였고 전달에는 4억6,900만달러였다.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9%가 준 54억2,700만달러, 수입은 16.1%가 감소한 64억1,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