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집단이기주의와 지역이기주의는 기승을 부린다.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하고 있는 워크아웃 기업조차 파업을 한다. 그대로 두었으면 벌써 멈춰 섰을 자동차회사 노조는 기업의 해외매각을 결사 반대했다. 이제 입장이 바뀌는 것 같기도 하지만,그 동안 그 때문에 발생한 비용은 보상받을 길이 없다. 뜻대로 안되면 힘으로 밀어붙인다.'불법은 엄단하겠다'고 하는 공권력의 외침은 빈 메아리로 남는다.불법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싹튼 것이다.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는 경우는 없다. '실정법'위에 '떼법'이 있다는 말도 있다.법과 질서가 무너진 사회엔 당연히 떼쓰는 일이 횡행한다. 이기주의적 집단행동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있다. 그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기주의적 행동이 떼쓰는 것과 같다면 발전은 없다. 갈등만 쌓일 뿐이다. 이번 노동계의 연대파업투쟁은 흔히 보아왔던 모습 그대로였다. 노동현장의 사정을 소상히 알 길은 없지만 국민들은 무엇 때문에 하는 파업인지,무엇이 합법이고 무엇이 불법인지도 분간할 겨를이 없었다. 노동계는 국민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했다.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고 짜증나게 했다. 21세기를 외치지만 우리의 노사관계는 아직도 80년대와 달라진 게 없다. 소달구지 바퀴 갈아 끼우는 일에 티격태격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리겠다는 식이다. 소가 웃을 일이다. 끝낼 때가 됐는데도 지루하게 계속되는 연속극은 시청자가 외면한다. 오죽하면 노동자들이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을까도 생각해 보지만 그래도 법과 질서는 지켜야 한다.대통령까지 나서서 불법투쟁이라고 했으면 문제는 결코 가벼울 수 없다.기존의 법과 질서를 뛰어넘는 일이 양심이고 정의로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어디 혁명을 허가받고 법 울타리 안에서 하는가.이젠 혁명하자는 게 아니면 법은 지켜야 한다. 서울시 일부 지역주민들은 화장장건설 반대투쟁을 벌인다. 지역이기주의의 뚜렷한 모습이다. 전국의 묘지면적은 국토의 1%를 넘는다. 주택지의 절반,공장면적의 3배에 해당되는 땅이다. 매년 여의도보다 넓은 면적이 묘지로 쓰인다.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최근 한 여론조사는 화장을 선호하는 사람은 85.4%,화장장건설이 필요하다는 사람은 69%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장묘문화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화장장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시설을 건설할 곳을 찾을 수 없다. 지자체의 장이나 의원들이 오히려 앞장서 반대한다. 주민의 반대로 공청회도 제대로 열리지 못한다. 어느 재벌그룹 회장에게 들은 이야기다. 서울시가 어느 곳이든 후보지를 결정하면 화장장을 건설해서 헌납하겠다고 제안했더니 바로 그 일 때문에 특정지역 주민들로부터 매도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봉사하기도 어렵다고 안타까워 한다. 그런가 하면 모두 반대하던 핵폐기물 처리시설을 유치하려는 지역주민도 있다. 전남 영광군 주민의 과반수가 넘는 2만5천명(유권자 4만8천명)이 최근 유치신청서를 영광군에 제출했다. 앞으로 절차가 남아 있어 어떻게 결말이 날지 속단하기 어려우나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현재 원자력에 의한 발전은 40%를 넘었고 핵폐기물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나라 어디에도 폐기물을 처리할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영광군민들이 나선 것이다. 그동안 핵폐기물 처리시설 후보지로 여러 곳이 거론됐지만 검토단계에 머물다 말았다. 90년 11월에 일어난 안면도 사태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일부 과격시위자들은 공무원과 경찰을 납치 폭행 감금하고 공공건물과 차량에 불을 지르기까지 했다. 이런 점과 비교하면 영광군민의 선택은 참으로 돋보인다. 영광군민에게 영광(榮光)을! 우리는 민주주의(democracy)를 추구한다. 한국이 데모광(democrazy)의 나라가 될 수는 없다. 원칙과 소신도 없이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는 정부부터 바로 서야 한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 된다. yoodk9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