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은 택배업계에서 매우 의미있는 날이었다. 한국에서 택배서비스가 제도화된 지 10년째로 접어든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91년말 "소화물 일관수송업"이란 명칭으로 택배업이 제도화 된 데 이어 한진이 92년 6월 16일 "파발마"라는 브랜드로 사업허가를 처음 취득해 택배업을 시작했다. 93년과 94년에는 대한통운과 현대택배가 각각 영업을 개시해 택배업이 일반인들의 생활속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이후 택배업은 순풍에 돛단듯 초고속으로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신규진출 러시와 함께 경쟁도 격화돼 이에 따른 수익성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은 실정이이다. 현황=택배는 보통 "30kg 이하의 화물을 문앞에서 문앞까지 운송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일본에선 지난 76년 야마토운수가 택배를 처음 선보여 "80년대 5대 히트상품"에 꼽힐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택배시장도 지난 92년 제도화 된 후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왔다. 90년대 중반까지는 매년 1백%를 넘나드는 초고속성장세를 보였으며 지난해에도 평균 30%가량의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이에따라 지난해 택배시장규모는 1조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1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외형성장과는 반대로 시장질서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현재 국내엔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는 정식등록업체가 70군데 정도다. 이중 택배업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30개사 안팎이며 나머지 40개사는 정기화물업과 병행하고 있다. 또 전국규모의 배달망을 갖춘 회사는 10여군데 남짓하다. 이중 "빅3"로 불리는 현대택배 한진 대한통운의 점유율은 30%정도다. 70개 등록업체의 점유율을 합치면 50%로 추정된다. 나머지 절반의 물량은 퀵 서비스를 포함한 소규모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퀵 서비스"라 불리는 오토바이 배달회사와 소형용달업체는 수백개사에 달하는데 이들중 상당수는 정식 등록을 하지 않은 불법업체다. 전망과 과제=2004년 시장규모가 4조4천억원으로 추정되는 택배업계는 춘추전국시대라 불릴만큼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택배업이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불리다보니 너도나도 신규진입해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1~2년사이 삼성 제일제당 신세계 등 많은 대기업이 줄줄이 택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경쟁이 격화되다보니 수익성이 떨어져 이제 신규진출 움직임도 다소 주춤해졌다. 택배업진출을 갈망하던 SK와 롯데는 일단 사업을 중단키로 결정하고 추이를 관망중이다. 죽기살기로 경쟁하는 기존업체들은 그 흔한 협회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중견업체를 중심으로 협회가 출범했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몇달 못 가 해체되고 말았다. 경쟁격화는 자연스레 시장재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렌지택배가 동서통운을 인수하는 등 업계에선 합종연횡 움직임이 한창이다. 한진 택배마케팅팀 최상수부장은 "택배업은 터미널신설이나 IT시스템등 기본적인 인프라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인수합병을 통해 살길을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혼탁한 택배업계의 시장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행정지도 등을 통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가고 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