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와 수출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가 최근 각국의 통상압력,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 고유가로 인한 원가상승 등의 3중고(重苦)로 시달리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이 주도한 노동계의 연대파업, 미국.중국 등 주요국가들의 통상압력, 이라크의 원유수출 중단 위협에 따른 국제유가의 강세 등으로기업들의 체감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런 외부요인들이 없더라도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기업들이힘든 상황에서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악재들이 겹쳐 너무 힘들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기업환경이 이렇게 나빠지면서 지난달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SK텔레콤-NTT도코모 지분매각 신고(29억6천만달러)가 접수된 1월을 빼면 최근 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상무는 "작년 4.4분기 이후 매출 증가가 둔화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현금 유동성 위기를 느끼고 있고 최근에는 재고율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압력 = 미국은 수입철강에 대한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개시를 결정한데 이어 지난 12-14일 한.미 연례 통상현안 점검회의에서 한국의 수입자동차 관세인하, 세제개편 등을 요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유럽연합(EU)도 한국 정부가 조선업계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선업체들이 덤핑수주한다며 한국 조선업계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특히 한국에 반덤핑 조사개시를 자제해왔던 일본까지 최근 한국산 폴리에스테르단섬유에 대해 산업피해조사 개시를 결정했으며, 중국도 교역불균형 문제를 미끼삼아 언제든지 제2, 제3의 `마늘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월 우리나라에 대한 반덤핑 등 수입규제 제소건수는 11건으로 제소국은 아르헨티나, 인도, 중국, 베네수엘라, 일본, 캐나다, 호주등이다. 무협 관계자는 "신규 제소건수는 작년 동기와 같지만 미국 등이 가세한데다가경기가 어려워 부담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노동계 연대파업 =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이 노사협상 타결로 다행히이틀만에 끝났지만 회사와 국민들의 당한 피해는 엄청났으며 국가 이미지도 크게 실추됐다. 효성과 여천NCC 역시 장기간의 노조 파업으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고 공권력투입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갔다. 민주노총이 주도한 연대파업은 정부의 강경대응과 여론에 밀려 진정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한국 노사문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고착시키는데 일조했다. 미.일 통상대표단은 최근 한국 정부 관계자와 공식 회의에서 한국의 노사불안이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잇따라 경고하기도 했다. 미 통상대표단은 12-13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자동차협의회에서 `대우차노조의움직임을 소상히 알고 있으며, 이는 GM의 대우차 인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고 일본 통상대표단도 `한국의 노사문제가 투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지적했다. ◇ 고유가 등 외부 변수도 악재 = 이라크의 석유수출 중단위협과 미국의 휘발유재고 감소 등으로 유가도 불안하다. 당초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2.4분기 유가가 배럴당 23-24달러(두바이유 기준)선에서 맴돌 것으로 예상했으나 악재가 속출하면서 벌써부터 27-28달러 선의 고유가도 우려되고 있다. 반도체 64메가와 128메가 D램의 가격이 바닥을 기고 있는 가운데 256메가 SD램과 램버스D램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비중을 늘릴 계획인 차세대 D램의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의 회복과 관련, 가장 주목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연착륙여부도 불투명하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 11일 연차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대규모 경상수지적자, 낮은 저축률 등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며 해외 경제의 성장률이 상승하지 않으면 경착륙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