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입담배에 대한 관세율을 낮게 책정하려는 정부 움직임은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말 개정된 담배사업법이 미처 시행되기도 전에 통상협력 운운하며 수입담배에 대해 낮은 할당관세를 적용하려는 관계당국의 태도는 무원칙하고 자의적인 행정이라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수입담배에 대한 무관세 적용기간을 앞으로 3년 더 연장해주고 그 이후에도 기본관세율 40%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해 달라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측의 요구는 너무나 일방적이며 무례하기까지 하다. 지난 1988년 체결된 말썽 많은 한·미 담배양허록에 따른다고 해도 국산담배의 제조독점이 폐지되는 올 7월 이후에는 수입담배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해야 할 아무런 명분이 없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담배관련 규제를 고칠 때에는 미국측과 미리 협의하도록 규정한 불평등 조항을 삭제해야 옳다. 외국담배 회사들은 지금 당장 기본관세율 40%를 부과할 경우 수입담배 값이 2백원정도 오르고 국산담배와의 가격차가 더 벌어져 현재의 시장점유율 18%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격차이로 인한 시장점유율 하락은 외국담배 회사들이 알아서 대응할 경영상의 문제지 이를 핑계로 관세율을 낮춰 달라거나 심지어는 무관세 적용을 연장해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할 성질이 아니다. 딱한 것은 미국측 요구에 대한 우리 정부의 저자세다. USTR가 자기네 담배회사측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으레 그렇다고 치더라도 우리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자세는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수입담배는 물가안정, 물자수급 원활 또는 국내산업보호 등과 같은 할당관세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 특히 이번에 수입담배 관세율을 낮춰 준다고 해서 미국측이 문제삼을 가능성이 높은 자동차나 철강 등에 대한 통상교섭에서 우리 이익을 배려해 준다는 아무런 보장도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건강에 백해무익한 담배소비에 대해 확고한 원칙이 없다는 점이다.담배소비는 억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관점에서 선진국들처럼 가격인상이나 광고규제를 일관되게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원칙을 국산담배와 수입담배에 똑같이 적용한다면 한·미 담배양허록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오히려 자국에서 잇따른 손해배상 소송과 각종 규제강화에 직면한 미국 담배회사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력을 넣는 행태에 대해 미국에서조차 비판여론이 높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