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음료 최홍국(40.상품기획팀) 차장은 요즘 일하는 재미가 커졌다. 자신의 팀이 세계 최초로 기획한 노란 콜라(콤비 옐로콜라)가 올 여름 음료시장에서 돌풍의 주인공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옐로콜라는 4월초 첫선을 보인 뒤 지난달에만 하루평균 1만상자(30개들이), 총 30만상자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음료 상품의 경우 월 20만상자는 전국 슈퍼마켓에 깔릴 정도의 판매량이다. 이 점을 감안하면 노란 콜라는 분명 성공작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전세계에서 나오는 콜라는 대부분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 내용물중에서 들어 있는 카라멜 성분 때문이다. 특히 콜라 시장은 코카콜라와 펩시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독점시장에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뛰어든다는 것은 감히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그러나 해태음료 상품기획팀은 '발상의 전환'을 화두로 이에 도전키로 했다. 지난해 11월20일. 서울 목동 소재 CBS빌딩내 해태음료 회의실. 최홍국 차장을 비롯해 이희만 과장, 최은홍 황태연 유철안 대리, 이정혜 김순동 변영규 사원 등 상품기획팀원들이 내년도 신제품 개발 브레인스토밍을 가졌다. 조용한 성격이나 평소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황태연 대리. "요즘 10,20대들 사이에 검은 머리를 밝은색으로 염색하는 것이 유행인데 이들의 취향을 콜라에도 접목해 보면 어떨까요" 똑같은 제품을 내놔봐야 주목을 받을 수 없는데 '색깔파괴'라는 역발상으로 도전한다면 시장이 보이지 않을까하는 제안이다. 무슨 색깔이 좋을까. '콜라는 까맣다'는 고정관념을 깨보자는 생각이니 검은색의 보색인 노랑색이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최 차장은 연구소 개발1팀의 구현수 차장에게 "노란 콜라 샘플을 만들 수 있겠느냐"고 의뢰했다. "카라멜의 원래 색깔을 빼고 밝은 색을 입히면 가능하다"는 대답이 왔다. 그러나 컬러와 기존 콜라의 맛을 찾아내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만들고 파기한 샘플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 아이디어로 승부를 거는 제품이다 보니 철저한 보안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신제품 개발사실이 외부로 유출될새라 시제품에 대한 시음도 철저하게 사내에서 이뤄졌다. "샘플 콜라를 하도 많이 마셔 점심시간에 입맛이 없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지요. 아마 평생 마실 콜라를 이때 다 마신 듯합니다"(이희만 과장) 노란 콜라가 상품화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은 사내 보수세력의 반대였다. 이들은 "괜한 투자비만 낭비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마케팅담당 임원인 오주섭 이사가 나섰다. 오 이사는 "기존 검은 색 콜라맛에 길들여져 있는 층은 성인이지만 청소년층을 타깃으로 하면 충분히 시장성을 갖췄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음료를 구매할 때 컬러-용기-맛 순으로 동기를 꼽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반대론자들을 설득했다. 사내에 한번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오 이사와 개발팀의 구 차장이 지난 1월 미국 주요 콜라업체중의 하나인 코트사를 방문해 시제품을 만들어 시음을 하고 블라인드 테스트까지 마쳤다. 대체로 맛 구분이 안된다는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곧바로 원액 주문을 했다. 원액이 도착한 뒤 지난 4월2일 공장에서 노란 색 콜라가 처음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발상의 전환, 끊임없는 창의성 발휘,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신념으로 밀어붙여 탄생시킨 노란 콜라는 이들에게 직장생활을 하는 보람을 안겨준 작품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