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 조치) 발동관련 사전조사를 지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주 국내 철강업체들은 아주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수출물량이 적어 별 것 아니다" "수출지역을 바꾸면 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경쟁적으로 내놓은 것. 미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계의 로비에 밀려 201조를 발동,철강수입을 제한하면 한국 등 주요 철강수출국의 대미 수출길이 좁아질 건 뻔한 노릇.때문에 철강수출국들은 미국조치에 곧바로 반발했고 국내 철강업체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연간 70만∼80만톤의 핫코일을 수출하고 있는 포철은 미국에 현지 생산·판매법인을 두고 있는데다 그동안 수출물량을 줄여왔기에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포철의 '자신감'에 고무된 듯 인천제철도 대미 철근수출량이 전체 수출량의 1.1%에 불과하다며 애써 '무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강관업체인 세아제강은 수입제한될 것으로 우려되는 3만?의 미국 수출물량을 중동 등으로 돌려버리면 그만이라고 했다. 현대하이스코등 다른 수출업체의 반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그 정도라면 '최악의 경우 미국 수출물량이 연1백만?이나 줄어들 것'이라는 각 연구소와 업계 전체의 추정치는 엉터리다. 언론은 피해 추정치를 과장보도한 셈이 되는 것이고 순진한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솥뚜껑 보고 놀랐던 셈이다. 산업자원부와 철강협회가 부랴부랴 미국에 통상사절단을 보낸다고 한 것이나 산자부 장관이 미국 대통령의 조사지시에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까지 낸 것도 업체들의 '실상'에 무지한 호들갑에 다름 아니다. 물론 개별 철강업체의 발표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고 안 믿고는 부차적인 일일 수 있다. 그러나 1달러를 더 벌기 위해 미국 수출길을 뚫고 넓혀야 했던 자신들의 과거 노고를 애써 부정하는 것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런 의지로 다른 수출시장은 어떻게 개척하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다. 주가가 악영향을 받을지언정 "최선을 다해 1달러의 수출물량이라도 더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었을까. 김홍열 산업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