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의 환골탈태 ] 푸르덴셜생명보험의 라이프 플래너(생활설계사) 김태준(37)씨. 그는 지금 외국에서 소중한 경험을 쌓고 있다. 4일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1백만달러 원탁회의(MDRT)에 참석,세계의 유수 라이프플래너들과 만나 미래의 보험영업 등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1백만달러 원탁회의는 연간 1억원 이상을 번 보험설계사들이 참가자격을 갖는 보험설계사들의 명예의 전당. 여기에 참가한 것만 해도 외국에서는 '일류'로 친다. 물론 일류가 갖는 명예나 특권이 뒤따른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유명 건설업체에 다니다 외국 보험업계에 뛰어든지 4년. 명문대 출신이 보험아줌마의 텃밭으로 통하는 생활설계사 분야에 왜 뛰어들었느냐는 주위의 시선이 따가왔던 초년 시절도 거쳤다. 이제는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하는 전문가가 됐다. 아침 6시부터 밤10시까지 고객들을 만나 그들의 생애설계와 재테크 등을 들어주고 조언한다. "고객들의 보험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는게 안타깝습니다. 전적으로 설계사를 신뢰하고 판매하는 풍토에서 보험시장이 성숙할 수 있다고 봅니다" 보험업계에 외국자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96년 이후다. 현재 알리안츠제일 동양 뉴욕 메트라이프 푸르덴셜 ING 프랑스 등 7개 생명보험사가 영업하고 있다. 이들의 수입보험료 비중은 전체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외자계 보험업의 진출은 국내 보험시장을 긍정적인 측면에서 변화시켰습니다. 특히 국내 생보산업의 경영효율성을 제고시켰으며 선진 보험인수기법 등을 도입해 대외경쟁력을 강화시킨게 가장 큰 임팩트입니다"(신이영 생명보험협회 상무) 외자계가 보험업계를 많이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진출 초기부터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을 도입해 차별적인 상품서비스 경쟁을 벌였다. 설계사들의 자질도 대학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렸다. 최첨단 리스크관리 기법을 소개, 지급여력 등 선진 경영기법을 국내 보험업계에 소개하고 있다. 피보험자의 건강정도나 흡연여부 등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등 인수기법이 다양화했다. 김씨는 "양적인 팽창의 시대는 지나갔다. 내실과 전문성을 갖춘 정예설계사들의 질적인 경쟁이 보험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힌다. 질적인 승부에서 외자계와 국내 보험사간에 이미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가장 두드러진게 고객들이 보험을 계속 유지하려는 유지율의 차이다. 외자계는 거의 평균 90%에 이르지만 토종 보험사는 60%에도 못미치고 있다. 리스크 관리에서도 국내사들은 외국사에 비해 10점(1백점기준)이나 뒤진다. 외자계보험의 남성설계사들 중 일부는 최근 한국 보험사 설계사들에게 교육을 시작했다. 주로 업무와 관련된 상식과 법률사항 재무관리 예절 등을 틈틈이 가르친다. 심지어는 일선 영업지점장들도 장래를 위해 듣고 있다고 한다. 이 교육에 강사를 맡고 있는 K씨는 "같이 한 배를 탄 만큼 질적인 차원에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사업을 시작했다. 고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한다. 외자계 보험사의 공략은 토종들에 충격으로 와닿고 변화를 일으키고있다. 삼성생명이 올해 사업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들고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외자계 보험사들의 진격에 맞서 판매채널을 개선하고 자산운용기법을 국제규격(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바꾸며 다양화한다는 포석이다. 해외투자파트에도 관심을 높여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외자계 보험사들과의 시장쟁탈전에서 토종보험업체들은 업계 상위 몇개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앞으로 또 다른 방식으로 이합집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가장 두려운 점은 이들이 수익성에 머물지 않고 언젠가는 시장 점유율에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삼성생명 금융연구소 정기석 연구원) 오는 7월에는 투자와 보장이 동시에 결합되는 변액보험상품이 나온다고 한다. 이 때에는 또 다른 외자계 보험회사의 입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기획취재부 오춘호.조일훈.장경영 기자 ohchoon@hankyung.com [ 매주 木.金 연재 한국언론재단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