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울산공장 파업사태는 결국 공권력 투입으로 마무리됐다. 이로 인해 당분간 노사협력을 통한 회사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예견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효성울산공장에서 회사측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정래 사장은 이날 노조측의 파업과 관련,"꼬박꼬박 세금을 낸 결과가 겨우 이것이냐"며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경찰에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4년간 무분규를 지켜온 이 회사 대표자가 파업 첫날부터 공권력투입의 필요성을 거론할 만큼 한국의 노사관계는 경직되어있다. 한치의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은 노조측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강성 노조의 선명성을 드러낼 목적으로 회사측과 임단협을 하기보다는 구조조정 철폐를 위해 폭력도 불사했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아예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효성 노사분규가 민주노총과 경제계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작 대화로 사태의 물꼬를 틔워야 할 효성 노사는 이들 양대세력의 개입에 의해 자체 교섭력을 상실해버린지 오래다. 이달부터 본격화될 임.단협과 구조조정을 앞둔 경제계와 노동계의 대결 양상은 효성사태로 더욱 확산될 게 불보듯 뻔하다. 정부는 지난 98년8월 현대자동차 사태를 무력충돌 없이 매듭지었지만 합법적으로 보장된 정리해고 제도가 노조의 불법.파괴 행위로 저지될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현대자동차는 이후 정리해고된 근로자들을 전원 복직시켰다. 정부가 개입한 노사관계는 기업체가 얻는 것 보다는 잃는게 더 많았다는 뼈저린 교훈을 우린 이전의 노사분규에서 수차례 경험해왔다. 결국 효성의 이번 사태도 정부가 노사간 자율대화로 분규를 해결토록 하겠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과오를 남기게됐다. 효성노조에 공권력을 투입함으로써 앞으로 전개될 노동계의 파업을 경찰력으로 무마하려는 사업장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다. 안팎에 걸쳐 경제불안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간 자체해결의 범주에서 벗어나 정부가 해결하는 후진국형 노사관계는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 정부가 안팎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화해의 협력의 신노사관계 노선을 흔들림없이 견지하지 않고서는 노사간 갈등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