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처럼 밀려오는 한국자동차에 대한 미국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인들의 불만은 이제 '늑대소년의 경고' 수준을 넘고 있다. 겉에 드러난 최근 줄거리만 추려보더라도 한국 자동차시장에 대한 미국의 관심과 비판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4월30일 미 상무부:한국자동차시장의 폐쇄성을 지적한 '슈퍼 301조 보고서' 발표. 5월17일 무역정책위원회(ITC):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대한(對韓) 무역정책검토 청문회개최. 5월23일 막스 보커스 상원의원(민주당·몬태나):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법안 의회상정. 5월30일 상·하양원 자동차 코커스 위원장들:자동차무역불균형 시정을 촉구하는 결의안 의회 제출. 이같은 일련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마치 늑대가 무대 커튼 뒤에 숨어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보커스 상원의원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 지난달 17일 ITC 청문회는 마치 '한국자동차 성토장' 같았다. 이날 무역정책 검토대상에는 의약 섬유 등도 포함돼 있었으나 위원들 대부분의 관심은 자동차문제에 집중됐다. 주요 증인으로 출석한 스티브 콜린스 미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TPC) 대표는 "지난해 한국이 수입해간 미국차는 1천2백68대에 그쳤다.반면 한국은 거의 50만대를 미국에 수출했다.1년전보다 무려 42%가 늘어난 숫자다.이는 미국이 '1년 내내' 수출한 양보다 많은 자동차를 한국은 '매일같이' 미국시장에 쏟아 붓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증언했다. 속사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에겐 '한국=불공정국가'라는 사실에 공감하게 만드는 숫자의 나열임에 틀림없다. 한국의 수입관세가 8%로 인하된 지는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린스는 ITC 위원들에게 한국의 관세가 아직 10%에 이르고 있다는 잘못된 정보까지 제시해 가며 한국 자동차시장의 폐쇄성을 집중 성토했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이를 시정하려 드는 사람도 없었다. 취재를 하던 한국기자들이 웅성댔지만 미국인들끼리의 대화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는 없었다. 누군가 사후에 시정요구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미 '지나간 버스'나 다름 없었다. 미국인들은 외국차를 꺼리는 한국특유의 '의식(perception)문제'를 자동차무역불균형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국의 독특한 의식과 문화를 존중하거나 이해한다"는 차원이기보다는 한국정부의 '교묘한 장벽(delicate barrier)'을 비판하는 일환으로 거론하는 때가 대부분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문제다. 물론 한국 국세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국세청의 말을 믿지 않는 미국인들은 "국세청의 보이지 않는 장벽과 그 실증적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사석에서 만난 한 미국관료는 1998년 연세대 고위정책과정에 특별강사로 초청된 국세청 고위관료가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는 특급비밀교육내용을 그 한 증거로 들려주기도 했다. 이 국세청고위관료는 "국세청이 세무조사대상선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크게 세가지다.첫째 외제차 구입, 둘째 콘도·골프회원권의 양수·양도, 셋째 해외여행 3회 이상이 그것이다.납세자들 가운데 이중 두가지에 해당하면 일단 '세무조사대상'에 포함되고 세가지 모두에 해당하면 세무조사를 당하게 된다"고 설명,"되도록이면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 강의에 참석했던 학생의 증언 형태로 되어 있다는 이 '증거의 칼'은 이미 미국인들 손에 쥐어져 있다. 그리고 미국인들은 화가 나 있다. 이제 결론은 간단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