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승줄에 묶인 머리 깎인 죄수, 흰 장갑을 낀 법정경찰의 매서운 눈초리,재판장의 근엄한 판결문 낭독….

중국 TV뉴스 시간에 자주 목격하는 부패 관리들의 재판장면이다.체육관에 재판장을 차려놓고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부패재판''을 열기도 한다.그러나 중국에서 부패가 줄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중국 식자들은 "당 및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사회안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근 중국 검찰일보에 ''부패의 5가지 속성''이란 제목의 작은 칼럼이 실렸다. 선전 검찰원의 한 직원이 쓴 이 칼럼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중국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그가 지적한 부패의 첫 번째 속성은 ''첫 경험이 어렵지 맛들이면 끊기 어렵다''는 것이다.

관리들은 부패 초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손을 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는 일상적인 일로 변한다.

둘째,패거리 경향을 갖는다.

부패관리들은 본능적으로 주위 동료를 부패에 끌어들이려 한다.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포섭한다.

이 과정에서 청렴한 관리들은 따돌림을 당하거나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고,부패 패거리만 남게 된다.

셋째,포장(包裝)을 요구한다.

부패관리들은 자기 포장에 능하다.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조직내외의 각종 포상 등에 관심이 많다.

최근 중국에서 부패혐의로 처형된 대부분의 관리들은 ''일 잘하는 사람''으로 상을 탔던 사람들이다.

넷째,법을 팔아먹는다.

부패 공무원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 ''법 때문에…''라는 것이다.

법률을 들먹이며 일이 안 된다 하고,뒤로는 뇌물의 손길을 기다린다.

행정 규제가 부패를 부르는 것이다.

다섯째,윗물이 흐리다. 하위직이 부패에 연루됐다면 틀림없이 상위직에 문제가 있다. 상위 인사가 부패에 연루됐거나,아니면 부패를 적당히 눈감아주기 때문에 하위직 부패가 가능하다.부패의 책임은 결국 조직의 최고책임자에게 물어야 한다.

중국 검찰일보의 ''부패의 5가지 속성'' 칼럼을 읽으면서 아직도 말끔하게 처리되지 않은 한국의 병역비리 사건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