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채권단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대우차 매각협상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GM이 제출할 인수제안서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GM은 그동안 대우자동차에 대한 치밀한 실사를 벌여 왔다.

때문에 제안서에는 인수대상 공장, 인수가격, 기타 인수조건 등 구체적 내용이 담길 것으로 채권단은 보고 있다.

이중 최대 관심사는 부평공장의 인수대상 포함 여부다.

정부와 채권단의 기대대로 GM이 부평공장에 대해 인수 의사를 밝히면 협상은 의외로 급진전될 수 있다.

◇ 인수대상 =자동차업계에선 GM이 부평공장을 인수 대상에 포함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부평공장을 포함시킴으로써 인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데다 노조와 한국 국민의 반발을 무마, 좋은 이미지로 한국에 입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부와 채권단도 물론 GM이 부평공장을 인수, 대우자동차를 종합메이커로 유지시켜 주길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GM이 부평공장 인수에 대한 반대 급부로 가격을 대폭 깎는 것은 물론 세제 지원 등 강력한 지원책과 노조의 무분규 선언 등 감당키 어려운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GM은 지난 99년 처음으로 인수제안서를 제출했을 때도 정부와 채권단이 감당키 어려운 요구를 했었다.

대우차 매각이 국제입찰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고용 승계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측은 ''전원 승계''를 원하고 있으나 GM은 인수 사업부문에 합당한 인력만 받아들이는 ''선별 승계''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평공장 외에 군산 창원 공장과 대우자동차판매 대우통신보령공장은 인수 범위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해외업체 중에서는 이집트 생산법인을 포함, 2∼3개에 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인수가격 및 채권단 손실 =이번 제안서에 담긴 가격은 20억∼30억달러선에 그칠 것이란게 일반적 전망이다.

이마저 실제 채권단에 현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이 아니라 GM이 대우차 인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총 투자금액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GM이 갖고 들어오는 돈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란 얘기다.

업계에서는 GM이 대우차의 일부 부채를 떠안으면서 투자금액의 상당부분을 운용자금으로 사용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할 때와 같이 부채도 수년간 나눠서 갚는 방식을 제안할 공산이 크다.

한마디로 말해서 현찰은 거의 들이지 않고 대우차를 인수하겠다는 게 GM의 전략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이 건질 수 있는 현찰은 거의 없다.

채권단은 부채 12조원 중 상당부분을 손실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은행별로는 산업은행이 1조2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한빛은행 5천2백억원, 서울은행 3천1백억원, 조흥은행 1천7백억원 등이다.

따라서 채권단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대출금의 출자전환을 통해 신규 법인의 지분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것밖에 없다.

즉 GM이 새로운 법인을 세워 대우차의 자산을 인수할 때 대출금 출자전환을 통해 새 법인에 지분 참여를 하는 것.

새로운 법인이 정상화되고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지분을 팔아 손실을 만회하겠다는게 채권단의 복안이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GM의 경영권에 손상을 주지 않는 49%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GM이 이를 받아들이면 문제가 없겠지만 GM의 기존 태도로 볼 때 협상의 중요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GM은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전체 지분의 3분의 2(67%)선의 지분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거 대우차와 50 대 50 합작을 한 경험이 있지만 별반 재미를 보지 못해 완벽한 경영권 확보를 원할 것이 확실시된다.

또한 이번 딜이 향후 채권단 지분에 대해 GM이 우선매입권을 갖는 방식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채권단 지분을 줄이고자 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장진모.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