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에서는 요즘 "통신시장은 요지경"이라는 말이 나돈다.

"통신시장에는 ''시장''이 없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리는 이도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점을 꼬집는 말들이다.

28일 열린 제69차 통신위원회도 예외가 아니다.

이날 회의는 평소와 달리 4시간이나 계속됐다.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SK글로벌 KTF LG텔레콤에 어떤 처벌을 내릴지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적발건수는 SK가 7천여건,KTF가 2천여건,LG가 약 7백건.위원회는 결국 KTF에는 10억원,LG텔레콤에는 8억원,SK텔레콤의 계열사인 SK글로벌에는 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적발건수가 가장 많은 SK글로벌에 가장 약한 처벌을 내린 셈이다.

통신위원회가 ''이상한'' 결정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다.

SK글로벌은 별정통신사업자라서 법률상 1억원을 초과해 과징금을 매길 수 없었던 것.위원회는 대신 SK글로벌이 보조금을 지급하다 다시 걸리면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유야 어떻든 상식만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왔다.

더 이상한 일은 영업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SK 대리점들은 요즘 LG텔레콤 가입자를 모집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자기 장사는 접어둔채 남의 장사만 대신해주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요금을 제때 내지 않은 가입자를 월말이면 가차없이 떨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경쟁사인 KTF한테는 ''제발 가입자를 떨어내지 말아달라''고 통사정하고 있다. 6월말까지 신세기통신과의 합병조건인 ''점유율 50% 미만''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런 이상한 일들은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시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까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상식밖의 일이 터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나선지 어언 10년이 됐다는 사실이다.

정보통신부는 급기야 ''비대칭(차등)규제''라는 극약처방까지 들고 나왔다.

독과점 사업자를 힘으로 억누르겠다는 얘기다.

이 처방으로 ''통신 코미디''가 멎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김광현 IT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