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김하기(43)씨가 천년의 시차를 오가며 전 지구공간을 배경으로 한 3권짜리 장편 추리소설 ''천년의 빛''(고도)을 펴냈다.

김씨가 지난 96년 월북혐의로 복역한 뒤 작품변신을 시도하면서 처음으로 내놓은 소설이다.

석굴암 본존불 미간에 꽂혀있던 3천캐럿의 ''백호광명'' 금강석이 동해 일출 때 석굴암 내부를 훤히 밝혔다는 전설을 모티브로 금강석의 행방을 추적하는 게 작품의 골자다.

작가는 광범위한 취재를 바탕으로 우리문화와 세계 각처의 시사문제 등을 정교하게 교직시켜 박진감있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소설은 파파라초 이민호가 프랑스 여행도중 볼리비아 출신 애인 잉카의 살해범으로 오인받으면서 시작된다.

이민호는 앞서 잉카와 함께 볼리비아를 여행하다가 ''여명의 빛''이란 가짜 다이아몬드를 산다.

감정서에는 여명의 빛의 출처가 코리아며 바로 백호광명이라고 적혀있다.

비슷한 시기,프리랜서작가 김숙도 체 게바라의 삶을 취재하던 중 처형당한 체 게바라가 금강석에 관한 유언을 남겼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들은 금강석의 연원을 찾아 1천2백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신라시대 연부루와 선화의 설화 및 김대성의 석굴암 축조 배경 등을 통해 백호광명이 민족통일과 인류평화의 염원을 담은 ''민족의 보물''임을 알게 된다.

이 보물과 관계된 인물들은 혜초스님,이라크의 무기상인 카심과 대통령 후세인,체 게바라와 그의 옛동지 파초,일본의 도쿠가와 모도,북한 간첩 권호선 등으로 국적이 다양하다.

배경이 되는 공간도 일본 이라크 모로코 볼리비아 등으로 광범위하다.

이 소설은 베스트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처럼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고 살인과 활극,추리,속도감있는 장면전개 등 대중을 흡인할 수 있는 여러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마산 창신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인 김씨는 지난 89년 창작과비평 가을호에 ''살아있는 무덤''으로 등단한 후 비전향장기수의 세계를 다룬 ''완전한 만남''(91년),전환기의 학생운동을 그린 ''항로없는 비행''(93년) 등을 썼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