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상속·증여세 과세체계를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개편하려는 구상은 그럴만한 까닭도 있고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충분하다.

새로운 금융상품이 계속 쏟아지고 있는 여건에서 증여를 구체적으로 법률에서 열거해야 하는 방식으로는 제도적인 허점이 나오게 마련이라는 인식에서 우리는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상속·증여세의 포괄주의적 과세체계를 촉구한 바도 있다.

그러나 당정협의와 세제발전심의위를 통해 재경부가 밝힌 이른바 전반적 포괄주의로의 전환 방침을 접하면서 과연 잘하는 일인지 일말의 의구심도 떨쳐버리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조세행정의 현실을 감안하면 얻는 것에 못지않게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걱정이 없지않기 때문이다.

BW(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증여세법에서 증여의제로 열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과세가 논란을 부르는 등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포괄주의로의 전환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있는 세정의 자의성(恣意性)을 확대하고 징세편의주의를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은 ''소득세 포괄주의 전환''이라는 어려운 표현이 중산층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을 확대하는 형태로 실체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포괄주의로 바뀐 이후의 실제 세부담은 비과세 소득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종업원에 대한 교통비 점심값 학자금등 실비변상적 복지성 급여중 일부가 과세대상소득으로 바뀔 공산도 없지 않다.

이런 걱정은 재경부가 세제발전심의위에 올린 자료만 보더라도 결코 기우(杞憂)가 아니다.

전체 소득세에서 차지하는 근로소득세의 비중이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에 비해 낮다고 강조하고 있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80%를 웃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인 54%의 근로소득 납세자비율 등 다른 제도적인 모순점은 그대로 두고 복지성 급여에 대한 과세가 확대될 경우 중산층 근로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어려운 재정형편을 타개하기위한 세제당국의 ''논리''가 포괄주의로의 전환이고 그것이 징세편의적 형태로 나타난다면 오히려 세부담구조를 왜곡시키는 결과가 빚어질 우려가 크다고 본다.

목적세정비, 넓은 세원 낮은 세율 등 재경부가 내걸고 있는 구호들은 이번에 처음듣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그것이 어떤 모양새로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