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의 재정추계와 보험료 인상을 연동시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건강보험재정 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보험료인상을 보다 쉽게 하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복지부의 설명으로는 오는 31일 발표할 건강보험 재정안정대책을 신속히 시행하기 위해 의보료 인상 절차를 효율화하고 지역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비율을 50%로 못박는 특별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물론 건강보험재정의 만성적인 적자구조로 보아 단기적 미봉책보다는 장기적으로 수지균형을 맞출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의보수가 조정기구와 의보료 인상기구가 각각 달라 인상절차가 번거롭다 하여 이를 통합한다거나 재정이 부족하면 자동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해 해결토록 한다는 것은 손쉬운 방법은 될지 몰라도 국민의 부담은 고려하지 않는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두 기구를 하나로 합치면 현재 가입자 중심으로 돼있는 보험료 조정기구의 인적 구성이 달라져 가입자들의 목소리가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정부가 보험료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역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비율을 50%로 확정해 특별법에 명시하겠다는 구상도 문제가 있다.

국고라는 것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임을 생각할 때 지원액을 대폭 확대하기보다는 지금과 같은 일률적인 지원체제를 개선,소득수준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지원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4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재정적자에 비추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험료인상에 앞서 먼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보험료 미징수금이 1조3천억원에 이르고,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분류돼 보험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사람들이 수백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보험료만 올린다면 부과체계의 형평성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파탄의 결정적 요인이 된 의보통합과 의약분업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하며 민간보험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다보험체제 도입도 적극 검토해볼 일이다.

또 현행 행위당 수가체제를 대폭 개선해 과잉진료를 근절시키는 한편 소액진료비의 본인부담제를 강화해 필요이상의 의료기관 이용을 강력히 억제하는 등 의료수가제도와 진료비부담제도의 전면적인 손질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