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국제경쟁력의 향상이다.

정부와 여당은 일부 역기능을 보완하고 재계가 요구한 규제완화 방안 중 합리적인 것은 수용하겠지만,재벌개혁의 기조를 유지해나갈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야당은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는 풀되,부의 세습 방지책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규제완화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조정 문제는 총체적이고 글로벌하며 다이내믹한 관점에서 재조명돼야 한다.

우리나라 같은 개발도상국 경제는 성장과 발전을 중시해야 한다.

소득이 증가하는 것은 경제성장이고,소득증가와 더불어 경제구조도 변화하는 것이 경제발전이다.

그러나 경제구조의 전환은 한꺼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장기간에 걸쳐 다이내믹하게 서서히 이루어진다.

국가경제는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기계가 아니다.

인체나 생명체 같은 복잡한 생태계에 가깝다.

국가경제를 자동차와 같이 보는 사람들은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차에 속도가 붙는 것과 마찬가지로,국가경제의 경우에도 돈의 양을 늘리면 늘리는 만큼 물가가 오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경제는 자동차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로 구성된 복잡한 생태계다.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돈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

글로벌리제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글로벌리제이션으로 민족주의가 약화되면서,경쟁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 됐다.

경제전쟁의 병사들은 기업이다.

기업들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혁신이라 부른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사람 조직 문화 일하는 방식을 계속 혁신해 나간다.

글로벌리제이션 때문에 시장은 국내시장에서 세계시장으로 변화한다.

한국영토 내의 기업도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에 진출한 수많은 외국기업들로 구성된다.

국내시장을 기준으로 정한 독과점의 규제 의미도 없어지게 된다.

국경을 중시하던 시대에는 국가간의 상품무역이 중요했으나,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엔 합작투자나 서비스 무역이 증가하고,다른 나라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중요하게 된다.

새로운 시대는 국경뿐만 아니라 산업의 경계도 무너진다.

기업의 ''혼(魂)''인 지식을 두뇌에 비유한다면,혁신은 두뇌와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두뇌는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학습을 통해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하면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선 거부한다.

생각해 보자.기업이라는 조직은 거대한 두뇌의 집합체다.

이 거대한 두뇌의 타성과 습성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은 하루빨리 거대한 두뇌의 집합체를 어떻게 자기 학습시켜 올바른 관점을 가질 것인가를 고심해야 한다.

이제 기업들은 이러한 지식 기반,혼 기반위에 임시방편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본질적 체질개선을 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e비즈니스를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비단 정보통신관련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굴뚝산업에 있어서도 디지털과의 접목으로 e비즈니스화를 통한 체질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e비즈니스를 도입한 기업들은 수익이 늘어났으며,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됐고,조직 슬림화로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e비즈니스가 기업의 체질개선에 한몫을 하고 있다.

다가오는 사회에서는 건강 지식 기술 및 훈련 형태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가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공부하는 직장인,배우는 기업,배우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 각종 혁신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될 정보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재는 혁신을 담당할 기업경영인이다.

즉,기업경영인의 체계적 육성이 긴요하다.

한국경제는 몇 사람에 의한 인치(人治)가 아닌,총체적이며 글로벌한 관점의 경제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야 한다.

미국이나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국가 경쟁력이 강한 나라의 경제는 모두 시스템이 잘 돼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험도,경제지식도,세계 경제에 대한 안목도 없는 사람들이 경제를 좌지우지해서는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

seekim@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