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의 부가가치가 3백64억원(관객 7백5만명 기준)에 달해 뉴EF쏘나타 3천여대의 부가가치 유발액과 맞먹는다는 발표가 나왔다.

1997년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2''의 순수익이 우리나라의 연간 자동차수출 이익보다 많다는 외신보도가 나온 뒤 영화의 고부가가치가 새삼 수치로 입증된 셈이다.

제작사가 밝힌 ''친구''의 그간 흥행 수입은 4백94억원. 제작비 45억원의 10배가 넘었다.

''친구''가 이처럼 대박을 터뜨린 요인은 여러가지지만 일등공신은 정교한 기획력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반부에 주인공들의 학창시절을 다룸으로써 1년에 한두번 영화를 볼까말까 한 30∼40대를 극장으로 끌어낸데다 개봉 당시 1백60여개의 상영관을 확보, 초반 관객몰이에 성공해 화제를 만들어내는 등 치밀한 전략을 구사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99년 ''쉬리''와 지난해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친구''가 또다시 흥행기록을 경신함으로써 우리 영화계엔 대대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몰려 만성적인 제작비 부족에 시달리던 충무로에 ''돈은 넘치는데 만들 작품이 없다''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유명 외화와 개봉일이 겹치지 않도록 배급시기를 조정하고 네티즌펀드를 자금조달 외에 홍보채널로 활용하는 등 마케팅 또한 꼼꼼하고 다양해졌다.

한국영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높아지고 제작 붐이 이는 것은 환영할만하다.

2004년께면 전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4조달러에 달하리라는 보고가 있거니와 영화는 실제 게임 등과 더불어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황금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영화를 단순히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건 곤란하다.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없이 수익만을 겨냥할 경우 영화 발전의 기초가 되는 독립ㆍ예술 영화는 도외시되고 내용 역시 상업성 위주의 스테레오타입에 머물러 급기야 관객의 외면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왕대박 작품의 등장 이후 우리 영화계가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흐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구''를 보러 모처럼 극장을 찾은 관객중에 실망스런 얼굴로 돌아선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