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패션강국은 어디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없이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꼽을 것이다.

그중 일반인들과는 다소 거리가 먼 고급 맞춤복(오트쿠틔르)이 먼저 떠오르는 프랑스와 달리 이탈리아는 대중적인 유행을 이끌어가는 패션산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구치 페라가모 아르마니 베르사체 등 패션과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도 그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이탈리아의 브랜드들은 ''세계적''이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국제 무대에 데뷔한 역사는 생각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1951년 이탈리아의 사업가 바티스타 조르지니가 피렌체 자택에 미국 바이어들을 불러 패션쇼를 연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미국을 상대로 무역업을 하던 조르지니는 ''미국 시장의 요구에 맞는 이탈리아 모드를 만든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재능있는 디자이너들을 모아 패션쇼를 열었다.

조르지니의 패션쇼는 큰 성공을 거뒀다.

이때부터 타임지 등 주요 매체의 뉴스거리로 이탈리아 패션이 다뤄지기 시작했다.

오늘날의 이탈리아 패션을 있게 한 사람은 디자이너가 아닌 기획자였던 셈이다.

이후 이탈리아는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소재산업과 디자이너간의 긴밀한 협조가 이뤄졌고 밀라노 피렌체 로마 등 각 도시에서 경쟁적으로 패션행사를 유치했다.

에밀리오 푸치 등의 디자이너들은 세계를 돌며 패션쇼를 열고 이탈리아 문화를 알렸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을 겨냥하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옷을 찾아내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은 할리우드 배우들을 포함,미국의 패션리더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적당한 디자인을 만들어낸 덕분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는 지금 6천8백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의 ''밀라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를 밀라노와 같은 세계적 패션도시로 만들겠다는게 프로젝트의 요지다.

그러나 ''돈''만으로 ''밀라노''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패션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부단한 노력이 절실한 때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