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말 열렸던 여·야·정 정책포럼은 경제난 극복을 위한 6개항의 합의를 도출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하지만 그보다 더 값진 성과는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진솔한 토론과정을 거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준데 있지 않나 싶다.

사실 이번 정책포럼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여기에 큰 기대를 건 사람은 많지 않았다.

서로 자기주장만 하다가 아무런 결론없이 밥이나 한끼먹고 헤어지는 여느 토론회 쯤으로 생각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1시간이 넘는 진지한 토론을 함으로써 사사건건 대립해 왔던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비록 원론적이긴 하나 합의도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던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토론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는 공청회나 토론회는 제한된 시간내에 짜여진 각본에 따라 자기주장만 일방적으로 쏟아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국회에서의 대정부 질문이나 답변도 천편일률적인 자기주장의 나열에 그치고,여야간의 성명전도 마찬가지다.

이러다 보니 논의 자체가 문제해결보다는 ''명분론''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명분론은 논리가 분명해 얼핏보면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명분 공방만 주고받다 아무런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난제는 비단 경제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학 기여금입학제,새만금사업,건강보험 사보험 허용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사학의 고사를 막기 위한 유력한 대안으로 충분히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기여금입학제는 위화감 조성이라는 명분에 밀려 논의조차 봉쇄 당하고 있다.

수조원을 들여 수년간 사업을 진행해 온 새만금사업은 환경론자들의 명분론에 밀려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보재정 부담완화와 의료 질의 하향평준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사보험제도는 ''병 앞에는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명분론에 밀려 얘기조차 못 꺼내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포럼을 구성해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최경환 전문위원·經博 kgh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