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가 법인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폴 오닐 재무장관의 언급은 돌출발언의 성격이 짙긴 하지만 부시행정부의 친기업정책이 얼마나 파격적인지를 감지하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자본이득세 철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아 새정부의 세제개혁은 급진적인 성격을 띨게 분명하다.

법인세 폐지로 연간 2천억달러의 세금을 기업에 돌려주게 되면 기업실적이 좋아지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게 된다.

또 외국기업 및 자본의 미국진출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법인세 폐지문제는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레이건행정부 시절에도 거론됐었지만 당시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상태여서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번 오닐 장관의 발언도 외국언론에 개인적인 생각을 한번 띄워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저금리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법인세 폐지가 외국자본의 이탈을 막는 비책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미국이 법인세 폐지를 본격 추진할 경우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미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구경만 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당장 외국인 투자유치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내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법인세 인하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법인세 문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간헐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최근에는 대한상의가 법인세율을 현행 28%에서 23%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건의서를 내기도 했다.

현재 국내기업의 법인세율은 주요국에 비해 높다고는 할수 없지만 독일이 현행 40%에서 25%로,캐나다가 28%에서 21%로 각각 인하를 검토하는 등 세계 각국이 대폭적인 감세를 추진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간 경쟁국보다 높아지게 될게 분명하다.

자본이동이 활발한 국제화시대에 외국보다 높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유지한다면 투자유치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미국의 법인세 철폐 움직임을 재정흑자를 내는 ''배부른 나라의 먼 이야기''로만 들어넘길게 아니라 국내기업의 법인세 인하 요구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오닐 장관의 발언이 어떤식으로 결말이 나든 기업에 대한 세부담 경감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큰 흐름이 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주요국의 기업조세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