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CRC를 비롯해 각종 구조조정 관련기구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걱정되는 일이다.

이로 인해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기업구조조정이 부진한 것은 물론이고,CRC의 경우 관계당국의 감독 소홀을 틈타 유사 수신행위 같은 불법영업을 일삼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니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약 70개의 CRC가 7백13개 기업에 대해 1조8천2백12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 그리고 창투사나 신기술투자사를 겸하는 KTB네트워크 한국기술투자(KTIC) 등 5개사를 뺀 나머지 CRC들의 투자실적은 1백13개 기업에 대해 투자한 5천억원 정도에 불과하며, 특히 24개의 CRC들은 단 한건의 투자실적도 없는 형편이다.

산자부는 CRC의 자본금을 최저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리고 자산운용전문가 3명 이상을 고용하도록 등록기준을 강화했으나 이보다 먼저 정기적인 현장실사와 명확한 투자대상 설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당초 목적했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투자회사(CRV)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최근 워크아웃중인 (주)진도의 컨테이너 사업을 CRV를 통해 해외에 매각하려던 채권단의 계획이 무산된 것을 계기로 벌써부터 CRV 무용론이 비등한 형편이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부실자산 매각손실에 따른 은행들의 BIS 자기자본비율 저하방지 △서류상의 회사이기 때문에 생기는 운영주체 불명확 △자산운용 능력이 있는 자산관리회사(AMC) 부족 등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개별적인 구조조정기구 차원 뿐만 아니라 좀더 근본적인 문제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선 지적할 것은 기업구조조정 관련기구들의 업무범위가 지나치게 세분화 돼있는 바람에 중복되는 업무가 많고 겸업이 허용되지 않아 수익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CRC,CRV,기업구조조정 증권투자회사(CRF),사모 M&A펀드 등의 구조조정업무를 총괄하는 투자은행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가지 지적할 점은 이들 기업구조조정 업무의 대부분이 금융업무 성격을 띈 만큼 기업구조조정 관련기구에 대한 사후감독 창구를 금융당국으로 일원화하고 상시 감독체제를 강화해야 마땅하다.

기업구조조정 기구들을 교통정리하는 문제가 당면한 문제들을 외면한채 관계부처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져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