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두뇌에 관한 오랜 이론중의 하나는 뇌가 클수록 지적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폴 브로카는 19세기 박물학자 조르주 퀴비에의 머리무게가 평균보다 4백g이나 많은 1천8백30g이고 크롬웰이나 바이런 역시 비슷했다는 점을 들어 지능과 뇌의 크기는 비례한다고 주장했다.

브로카는 또 남자뇌는 평균 1천3백25g, 여자뇌는 1천1백44g이라며 여자는 남자보다 머리가 나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퀴비에는 뇌에 물이 고이는 병을 앓았으며, 투르게네프의 뇌는 2천g이 넘었지만 휘트먼은 1천2백82g, 아나톨 프랑스는 1천27g밖에 안됐음이 드러남으로써 뇌의 크기와 지능은 별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뇌에 관한 연구는 이처럼 기존의 속설이나 학설을 계속 바꾼다.

우뇌의 역할이 발견되면서 좌뇌는 이성, 우뇌는 감성을 좌우하며 따라서 좌뇌가 중요하다던 과거의 이론은 달라졌다.

미국등 각국이 1990년 이래 추진해온 각종 프로젝트에선 뇌세포도 다른 세포와 마찬가지로 계속 생성된다는 놀라운 사실이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기억은 뇌세포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구조 속에 담겨지며 따라서 시냅스가 형성되는 생후 3년간의 환경조건이 지적능력을 좌우한다는 이론에도 이의가 제기됐다.

99년 ''생후 3년간의 신화''를 펴낸 존 브루어는 뇌의 성장은 통념보다 훨씬 완만하며 따라서 생후 3년이 중요한건 사실이지만 결정적인건 아니라고 말했다.

프린스턴대 연구팀 또한 기억과 본능을 관장하는 조직에 매일 수천개의 뇌세포가 끊임없이 생긴다는 자료를 내놓음으로써 브루어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여기에 더해 인간의 두뇌는 20세 이후 성장을 멈추는게 아니라 50세까지 계속 발달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의 아칸소 재향군인보건의료센터의 조지 바초키스 박사의 연구결과 대뇌피질에 해당하는 회백질은 사춘기 이후 쇠퇴하지만 뇌부위끼리의 신호전달을 맡는 백질은 꾸준히 자란다는 얘기다.

유전자 운운하며 지적능력을 타고난 것으로 한정지려 들거나, 스무살만 넘으면 머리가 멈춘다며 나이든 사람의 능력을 폄하하려는 풍조에 경종이 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