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태 <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한경 마케팅대회가 회를 거듭할수록 양과 질에서 크게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제출된 여러 사례들도 각기 독특한 아이디어와 적극적인 전략집행이 돋보여 다른 기업들에 많은 교훈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번 심사에서는 전략수립의 독창성과 전략집행의 일관성, 그리고 그러한 시도들이 얼마나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냈는가를 평가의 잣대로 삼았다.

사례들중 특히 눈을 끄는 것이 우리 고유의 식품을 상품화한 제일제당의 햇반과 두산식품의 종가집 김치였다.

언뜻 보면 밥과 김치를 판매하는데 무슨 대단한 마케팅이 필요하랴 생각할 수 있지만 마케팅을 통해 성공적으로 상품화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얘기다.

예컨대 종가집은 냄새 안나는 김치를 비롯 14종에 이르는 상품김치 등 끊임없는 신제품 개발과 과감한 가격차별화를 통한 이미지 고양, 대형유통점 침투 및 인터넷 주문 사이트 개설 등 적극적 유통 활성화, 실연매대를 통한 체험마케팅의 도입 및 원하는 장소 원하는 시간에 김치를 배달하는 상품권 발매 등 다양한 판촉 활동과 같은 마케팅 믹스를 적절히 구사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밖에 기발한 이벤트와 사려깊은 기업문화 구축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지속적 성장을 이룩한 삼성 테스코의 홈플러스, 경험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실무에 성공적으로 도입시킨 태평양의 라네즈, 미개척 시장의 여러 난관들을 헤치고 전시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정착시킨 디자인 하우스의 서울 리빙디자인페어 등도 각별히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사례연구와 관련하여 한가지 유념할 것은 과거의 사례라는 것이 반드시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의 사례란 군대의 무용담과 같이 과거를 뒤돌아보는 것이므로 재미있고 멋지고 훌륭하며 탄복을 자아내지만 또한 미화되기 십상이다.

전략이 매우 잘 적용된 사례만이 남은 것이기 때문에 훗날에 와서 이렇게 저렇게 엮어 얘기하기는 좋지만 그 당시에는 단순한 선택과 우연적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남의 경험과 사례는 듣기에는 흥미롭지만 그 전략들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바둑을 두면서 진행될 모든 수를 미리 다 예측할 수 없듯이 전략을 한꺼번에 다 짜놓을 수는 없다.

그것은 두뇌의 한계이자 또한 과정상의 한계이기도 하다.

전략은 집행과정을 통해 발효하듯 천천히 진화한다.

그러므로 좀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수없이 많은 하부전술과 의사결정을 필요로 한다.

보다 효과적인 전략은 있을지언정 완벽한 전략이란 있을 수 없다.

전략의 집행이란 분명한 시작도 뚜렷한 종지부도 없는 점증적인 숙성과정인 것이다.

끝으로 특기할 것은 개인부문의 특별상을 수상하게 된 박충환 교수에 대한 기대다.

이미 우리 나라에서도 많은 활약을 한 바 있는 그는 미국 마케팅학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업적을 쌓은 자랑스런 한국인이다.

부디 그의 많은 지식과 경험을 한국 마케팅 업계에 전수해 주길 빌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