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는 요새 무척 썰렁하다.

경기침체의 여파로 광고시장 위축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감원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지난해 매출이 2.3배나 늘어나고 회사가 벌어들인 수입의 3분의 1을 직원들에게 나눠 준 광고대행사가 있다.

"광고계의 기린아"로 불리는 이용찬 사장(44)이 이끄는 리앤디디비(Lee&DDB)가 주인공.

98년 리앤디디비의 전신인 리앤파트너즈를 차린 후 이 회사는 3년 넘게 성장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유행을 타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오래가는 광고를 만든 게 먹혀들었다"고 이 사장은 고속성장의 배경을 설명했다.

"꾸준히 제품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전략적인 사고"를 리앤디디비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초코파이 "情"시리즈,"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피드 011"등 그가 만든 캠페인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는 "대기업을 끼고 있는 하우스 에이전시는 5년 뒤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다소 과격한 진단을 하고 있다.

좋은 광고인을 키우고 대접하기에는 하우스 에이전시의 토양이 척박해 인재들이 빠져나올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광고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이 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이제 해외 광고시장을 개척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DDB와 지난해 1월 합작을 한 것도 "DDB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고인들이 좀 더 자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외국에 비해 한국 광고인들의 실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괜히 주눅이 드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유난히 직업의 수명이 짧은 광고계인지라 나이가 부담되지 않느냐고 묻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접하다 보니 마음의 나이는 28세에서 멈췄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젊은 마음을 유지하는 비결은 역사공부"라는 뜻밖의 답변도 곁들였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미래의 흐름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을 원하는 후배 광고인들에게는 "이것 저것 계산하지 말고 무조건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열심히 하다보면 고객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온다"며 "확신을 가지고 실천하라"고 당부했다.

그 자신 33살 나이에 김&리를 만들어 1년여만에 간판을 내리고 말았지만 당시 경험은 리앤디디비를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제작 2본부장을 겸임하면서 아직 광고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 사장은 "회사가 이익을 내고 그것을 직원들과 나누며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인복이 있어 능력에 비해 많은 걸 성취했다며 겸손해했다.

한 직원은 "광고에만 열중할 수 있는 분위기여서 행복하다"며 "80여명 직원 중 상당수는 "이용찬 따라잡기"가 인생목표"라고 귀뜸해 준다.

성악이 취미인 이 사장은 "큰 것이 작은 것이고 작은 것이 큰 것이다","인생은 버리는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알듯 모를 듯한 말로 인터뷰를 마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